흐린 날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

부부의 환상 연애

by 비단구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멈추어야 한다.


마음에 걸렸던 부스러기들은 후에 이별의 이유가 된다.


마음에 걸리는 그것은 신이 마지막으로 도망칠 기회를 준 것이다.



신이 주신 촉을 외면하고 멈추지 못했으면

이제부터는 신께 성실히 증명해 보여야 한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흐린 날에도 해가 떠있는 것을 아는 나는 하늘을 본다.



한 사람에게 주었던 단 하나의 마음


신의 염려에도 고집부릴 수밖에 없었던 마음


떨어져 있어도 텔레파시가 통하듯 끌어당기던 마음


안 보고는 못 살 거 같았던 마음



인내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

인내는 고통스럽다.


인내가 쉬운 거라면 모두가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모두가 달인이 되었겠지.


누추한 옷을 입고

해진 신발을 신고

신 앞에 섰겠지.



나도 그때 멈췄어야 했다.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찜찜했던 조각들은 한 번씩 가슴을 후벼 팠고

가슴엔 멍이 들었다.



그가 요즘 결혼 시장에 나오면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여자는 없을지도.



예전엔 사람 하나 괜찮으면 결혼했는데


요즘은 사람 하나 아무리 괜찮아도

반짝거리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짝이 생기지 않는다.


태양을 가리고 있는 구름 조각 같은 조건들을 싹 걷어내면,


사람 하나는 정말 괜찮은

반짝반짝한 남자들이 수두룩하게 혼자 있다.



변변치 못해도 믿음을 준 그

단칸방에서 살아도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거 같은 사랑을 준 그



그는 최상의 아버지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큰 소리로 우리를 부르는 고마운 가장이다.


세상 근심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친절한 말을 건네는 포커페이스다.


우리와 어린아이처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맑은 어른이다.



그는 고급 호텔보다 집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건축가다.


값비싼 명품을 주지 못해도 매일 행복을 주는 물질을 초월한 부자다.


서프라이즈 한 번 하지 않고도

가끔씩 서프라이즈를 받는 그녀들을 하나도 부럽지 않게 하는 마법사다.


사람 하나만 놓고 본다면 내게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건강하기만 하면 최고라고,


잘 먹고 건강하기만 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건강해진다.



그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가끔 행복할 순 있어도


매일 행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조건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는 한결같은 사람인데



변덕을 부리는 건 나다.


3본문.jpg 카페 더숲 초소책방, 서울, photo by 비단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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