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사랑해
요즘 부쩍 꾀병이 늘었는지
요 며칠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그
나만 보면 아픈 척이라도 하는 건지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앓는 소리를 하는 그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더니
10시가 되면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자는 숲 속의 왕자처럼
깨고 싶지 않은 비운의 왕자처럼
깊은 잠에 빠지는 그
늙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나보다 나이 많은 그가 아이가 돼 가는 것을 지켜보던 중
버럭 겁이 났다.
오십이 되니 진짜 오십견이 온다며 웃었지만
이제 밤샘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며
씁쓸하게 웃었지만
그보다 깊이
사무치게 와닿는 불안의 급습
꾀병 아니면 어쩌지.
진짜 어디가 아픈 거면 어쩌지.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면 어쩌지.
매일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거면 어쩌지.
아이가 돼 가는 게 아니라
시들어가는 거면 어쩌지.
시간을 제 때 따라가지 못하는
오차 난 시곗바늘처럼
미세하게 삐거덕거리는 내 생애 시계
나도 비슷한 사정
조금씩 나이 드는 게 태가 나고
매일 티 안 나게 약해지고 있어
무서운 오늘,
두려운 지금,
우린 지금 어디쯤 왔을까.
얼마쯤에 서 있을까.
아직 갈길이 한참 남은 거 같은데
아직 할 일이 한가득 남은 거 같은데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잔뜩 쌓여있는 거 같은데
희끗희끗했던 흰머리가 수북이 올라오고
설명서 글씨는 왜 이렇게 작아진 건지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 팔이 덜덜덜
파킨슨과 수전증의 차이를 검색하는 떨리는 심정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벌써 주저앉으면 안 되는데
우리 아직 애들도 다 못 키웠는데
그래도 파란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잘 보여 다행
철마다 자태를 뽐내는 알록달록 꽃들이 잘 보여 마음에 쏙 들어와
컴컴한 밤하늘의 달빛에 소박한 소망이 닿는 것이 잘 보여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잘 보여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작은 일상의 큰 기쁨은 노안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잘 보여
힘을 내자
약해지지 말자
운동하자, 살기 위해
그리고 오늘은
쉬자.
앞으로도 한참 가야 할 긴 여정의 완주를 위해
카페 온이도,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