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예쁜 집을 짓곤 해

흐린 날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사랑해

by 비단구름

예쁜 카페에 앉은 우리

둘이 같이 공수표를 남발한다.


카페만 가면 우리는 건축 전문가가 되었다가

땅 부자가 되었다가


헛된 꿈같은 예쁜 꿈

실현되지 못해도 괜찮은 고운 꿈

꿈꾸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꿈을 꾼다.


이 허망한 공수표는 온전히 너를 위한 것

너를 위한 꿈

너를 위한 내 노력





카페만 가면 근사한 집을 짓는 우리


상상 속의 우리 집은

어느 날은 모던 프렌치

어느 날은 모던 클래식

어느 날은 오리엔탈

어느 날은 코지한 안락함


과실나무와 꽃나무로 풍요로운 정원에

하얀 나비, 노랑나비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제집처럼 드나드는 모습을 너와 함께 바라볼 거야

밥때가 되면 잔디 깐 마당 한쪽 한 고랑 남겨둔 텃밭에서

상추, 고추, 가지를 따서 너에게 신선하고 온화한 점심을 만들어 줄 거야

잘 꾸며진 카페를 보며 사들인 집만 수십 채

최신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지은 집만 수십 채


“나중에 집 지으면 이렇게 꾸미자!”

들뜬 내가 꿈을 꾸면

사랑스러운 나의 그도 “그러자!”, 적극 동조한다.

“바닥은 나무 말고 이런 것도 괜찮은 거 같아. 이게 뭐지? 에폭시인가? 꼭 타일처럼 생겼지만 장판인가? 난 장판도 좋더라. 물 막 쏟아도 되고.”

그가 진지하게 계획을 짜면

“비 쏟아지는 날 창문 열어놨다고 식겁해서 뛰어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그의 계획이 무엇이든 나는 좋기만 하다.


당장 카페하나 차릴 기세로 꼼꼼하게 카페를 훑어보는

우리는 당장이라도 집을 지을 연인





다행인 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상상 속의 우리 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난 단층집이 좋더라. 계단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거 은근 불편해.”

“방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거 같아. 큰 집은 청소하기 힘들어. 작은 집이 좋아. 열 평 정도면 될까? 그것도 큰가? 쪼그리고 앉은자리에서 바닥을 닦을 수 있는 정도면 되는데.”


집은 작아져도 햇볕 따스한 날

공기 청정한 날 평상에 앉아

텃밭에서 막 뜯은 못생긴 상추에 고추장 듬뿍 떠서 한 쌈 먹는 것은 포기 못하지.


“공기 좋고 날씨 좋은 날은 마당에서 밥 먹게 커다란 평상도 하나 놓을까?”

“그러자. 큰 나무 아래에 놓으면 더 멋질 거 같아!”


둘이 살 집을 꿈꾸는 순간이 가져다주는 미래에

벌써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은 우리

미래의 그곳에서도 함께 달콤한 꿈을 꿀 우리

서로가 있어 감사한 우리






우리는 계속 둘의 미래를 그린다.


각자 무엇을 하든 그곳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그리는 것에 집중한다.


다른 것은 모두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의 부수적인 것들

결국 우리의 미래로 수렴되는 과정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나가 놀던 이성도 같이 돌아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년에는 아파트가 더 나은 것 같아.”

“응. 주택은 손이 많이 가.”

“역시 아파트인가?”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맛보게 해 주었던

현재의 행복을 보장하는

우리만의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우리의 귀염뽀짝 뽀시래기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매일 꿈을 꾸게 해주는 우리의 공간으로


그린달, 연천, photo by 비단구름

카페 그린달

https://naver.me/5uxV8DzG


이전 13화날은 흐리지만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