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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May 13. 2024

다시 날씬해지고 싶어

이래도 안 뺄래?

이 다이어트는 날이 좋고 따사로운 5월 2일에 작고 소중한 반바지에게 화들짝 놀랜 후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날이 슬슬 더워지니 반바지를 사기로 했다. 여름 옷은 몇 차례 빨고 나면 빛깔이 바래고 옷감도 후줄근해진다. 인터넷으로 몇 군데 쇼핑몰을 훑은 뒤 적절한 바지를 찾아냈다. 


엉덩이둘레 96(M)과 102(L) 사이에서 고민이 되었다. 줄자를 가져와 내 엉덩이 사이즈를 실측해 보았지만 M과 L 사이 어디쯤 있는 나는 어떤 사이즈를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는 상의를 사는 것보다 하의를 살 때 더 신중하게 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바지를 꺼내 단면을 재 보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 스판이 있으니까 96(M)도 맞겠지? 작은 것보단 낙낙한 게 나으려나? 


102 라지 사이즈를 선택한 뒤 반바지를 주문했다. 외출했다 돌아올 때마다 현관 앞에 배송되어 있을 소포 꾸러미를 상상하니 설렜다. 색이 쨍하고 옷감이 빳빳한 새 반바지를 입고 맑은 하늘 밝은 햇살 아래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는 주말 케이하고 나들이 갈 생각을 하니 몹시도 설레었다. 


마침내 삼일 만에 바지가 도착했다. 매번 감사하게 되는 놀랍고 신속한 배송처리이다. 


두둥!!


설레는 마음으로 바지를 입어보았는데, 홈페이지 상세 설명에서 보았던 모델 핏은 어디 가고 꽉 껴도 너무 끼는 바지.

그렇다고 못 입을 정도는 아닌 애매한 핏. 내 신체 중 어느 부위가 문제란 말인지 어디 한 군데 모자람 없이 골고루 완만히 살들이 분포되어 있는 균형 잡힌 큰 체형. 


어머, 이건 빼야 돼.


체중 감량을 다짐한다.


우선 현재 체중부터 확인해 보자.


오랜만에 올라가 보는 체중계.



응?


진짜?


56.9라면 좋을 텐데 현실은 69.5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체중계가 고장 났나?


미심쩍은 마음에 체중계에서 내려왔다가 체중계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다시 올라가 본다.


맞네. 69.5kg


언제 이렇게 쪘지? 


매일 씻고 나서 거울 보고, 옷 입고 나서도 거울 봤는데, 이렇게까지 쪘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쯤에서 빼야 한다. 한 끼만 더 먹으면 70kg이다. 더 찌면 더 힘들다. 힘들더라도 지금 빼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안 늦었다. 지금이라도 빼면 된다. 






정말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 몸은 그냥은 뺄 수 없을 것 같다. 살을 빼려고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의지박약과 될 대로 되라지,라는 흐리멍덩한 성격과 살 좀 찌면 어때서,라는 흐지부지한 성격으로, 아무래도 다이어트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순간이다. 확실하고도 단호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나란 사람, 도망치지 못하게 확실히 붙잡아서 강제로라도 다이어트 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이번엔 꼭 빼야 한다. 지금 있는 옷을 모두 버릴 순 없잖은가. 빼고 말 테다.


그러려면 지켜보는 눈이 필요하다. 멱살 잡고 끌어줘야 겨우 한 걸음 떼는, 나무늘보보다 느린 인간이 바로 나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하기로.  온 세상에 나의 다이어트를 알리리라.


사람이 말을 뱉었으면 지켜야지. 제아무리 먹는 거 좋아하고 운동 싫어하는 나태한 인간이라도 만인 앞에 공표한 건 지키겠지. 다이어트한다면서 더 찐 게 몇 번째야? 응? 이래도 안 뺄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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