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엄마, 금연을 하려면 흡연을 해야겠네요.”
“흡연을 언제 시작했어요?”
금연 상담을 온 친구들에게 언제 흡연을 시작했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14세에서 15세에 처음 흡연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십 대 초반 친구들 중 흡연 기간이 무려 7-8년인 흡연자들이 있다.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흡연 예방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흡연 언제 시작했어요? 혹시 중학교 때? 중1? 아니면 중2?”
“선생님 관상도 봐요?”
아이들이 팽팽한 이마에 주름을 만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신기해한다.
“도대체 중학교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이들이 뻘쭘해하며 씩 웃는다. 자기들도 민망한 건 알고 있다. 민망해하며 웃는 모습이 하나같이 귀엽다.
흡연 시작 연령만큼 일관성 있는 것이 흡연 시작 이유다.
“흡연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답도 한결같다.
‘호기심에 친구들과.’
‘호기심에 친한 형들과.’
단순히 호기심에 그랬단다. 처음 흡연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은 흡연의 강력한 동기다. 호기심이 어느 정도냐면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입에 물어보기도 하는 에디슨 급 호기심이다. 그 덕에 인류는 달에도 가고 머지않아 화성으로 이주할 날을 꿈꾸며 여전히 외계인을 찾고 있으며 가끔 UFO를 보긴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공부가 되지 않아서’
‘게임만 하고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와 같이 스트레스 때문에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중학생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아서 흡연하다고 하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거다.
많은 아이들이 손쉽게 담배를 접한다. 부모님의 담배를 몰래 피워보고 아는 형들이나 친구에게 얻어 피우기도 한다. 부모님 심부름인 것처럼 속여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담배회사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비층이 되어 줄 청소년 구매자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포기하지 못한다. 액세서리 모양의 전자담배, 달콤한 향이 나는 전자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 액상을 리필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담배, 코일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담배, 천연 니코틴을 사용했다는 전자담배가 '괜찮으니까 한 번 피워봐, '라고 손짓하며 유혹하는 대상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포함시켰다. WHO 역시 흡연자를 코로나 고위험군에 포함시켰다.
첫 번째 이유는 흡연 환경 때문이다. 흡연 시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담배를 통해 입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흡연 구역과 흡연 부스에 여러 사람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흡연하는 사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담배에 포함된 타르와 같은 독성 물질이 폐를 손상시켜 폐렴 위험을 높인다. 흡연은 심혈관 질환, 암, 호흡기 질환 및 당뇨병과 같은 질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며 이러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금연을 한 번 해볼까, 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금연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까? 혼자서도 충분히 금연할 수 있지 않을까?
의지가 충분하다면 혼자 금연해도 괜찮다. 하지만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도 굳건한 의지와 상관없이 금연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흡연하는 친구들은 말한다.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담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담배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호기심에 시작했으니 한 모금, 한 개비만 피고 얼마든지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일 년을 피우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흡연 기간이 몇 년이나 된 흡연자 중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내일부터 당장 끊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담배에는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다. 담배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니코틴에 중독된 것이다. 중독은 의지만으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Q: 니코틴 중독이 낮은 사람과 니코틴 중독이 높은 사람 중 금연 시도 비율이 높은 그룹은?
A: 니코틴 중독이 심한 그룹이다. 니코틴 의존도가 낮은 사람은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금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중독이 심해진다.
Q: 니코틴 중독이 낮은 사람과 니코틴 중독이 높은 사람 중 금연 실패율이 높은 그룹은?
A: 니코틴 중독이 심해졌으므로 금연 실패율도 니코틴 중독이 심한 그룹이 더 높다.
Q: 금연 성공률이 높은 그룹은?
A: 니코틴 중독이 높은 사람이 금연 시도 비율이 높으므로 성공률도 높다.
금연에 대한 의지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금연할 생각이 전혀 없어.”라고 주장하는 흡연자의 경우 정말 담배가 좋아 죽겠다기보다는 아주 많이 중독되어 있는 상태인지 모른다.
단 한 번에 금연 성공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열 번 이상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차게 결심하고 금연 시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담배를 찾는 자신을 보며 ‘나는 원래 이런 놈이야.’, ‘내가 그렇지 뭐.’,‘나는 의지가 약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다. 중독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 한 개비라도 흡연을 시작하면,
언제든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니코틴 중독이 낮을 때는 금연 시도를 하지 않다가,
니코틴 중독이 심해지고 나서야 금연 시도를 하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성공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