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랑 헤어지면

또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by 비단구름

“너의 지친 마음을 위로할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 있으면 힘이 나는 것 같고 기분 좋은 그런 사람이 떠오른다면,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신도 그런 사람이다.


담배와 일 년 이상 이별하다 다시 사랑에 빠진 친구들이 있다.

“일 년이면 금연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다시 흡연했나요?”라고 물으면 많고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인생의 비타민 같았던 여자 친구와의 이별 때문이라고 답한다.


요즘 친구들은 군 복무하면서 연애도 잘하고 이별도 잘한다. 심지어 입대하고 애인이 생긴 친구들도 있다. 30개월 군 복무하던 시절에는 휴가 나가서 이별 통보를 받기도 하였는데 요즘 친구들은 휴가 때 애인을 만든다.


거짓으로 시작하는 관계가 있다.


“여자 친구가 금연하는 것을 몰라요. 말 안 했어요.”

“어째서죠?”

“흡연하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왜죠?”

“여자 친구가 예뻐서요…….”

씩, 웃는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생각만으로도 좋은가 보았다. 좋을 때다.

“여자 친구가 흡연을 싫어해서 여자 친구 알기 전에 끊어야 해요.”


잘 사귀어야 되는데 또 헤어지고 그런다. 이별의 이유는 손가락으로 다 꼽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긴 하지만 꽃다발을 선물로 주지 않아서, 명품 백을 선물하지 않아서,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지 않아서, 근사한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아서, 연봉이 적어서, 직업이 별로라서, 이벤트를 하지 않아서, 선물을 주지 않아서, 기념일을 챙기지 않아서 이별하는 것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행동 하나가 좋았던 모든 경험들을 싹 까부실 수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사랑했던 연인이 누군가의 바람 한 번으로 끝나 버린다. 좋은 사람과 인연을 유지하고 싶거나 연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멈추거나, 줄이거나, 안 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상대방은 무척 싫어하지만 나는 무척 좋아하는 행동을 줄이거나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노력 없이 내가 돈이 없어서, 학벌이 부족해서, 우리 집안이 별로라서, 내가 키가 작아서, 내가 잘생기지 않아서일 거라고 단정 짓지 말기를. 잘생기고 키 크고 돈 잘 벌고 집안 좋고 학벌 좋은 남자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도 성격, 둘째도 성격, 세 번째도 성격, 그다음이 외모, 키, 능력, 학벌, 집안, 어쩌고 저쩌고이다. 문제는 이 ‘성격’이라는 것의 평가가 몹시 주관적이라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다들 그러고 사니 이별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기를. 그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또 좋은 사람 만나면 된다.


나를 설레게 하는 여자 친구를 필수 영양소인 ‘나의 단백질 같은 사람’이라던가 ‘나의 지방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 대신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동기부여를 해주는 사람, 오늘 봤는데 내일 또 보고 싶은 사람, 자꾸 보고 싶은 사람. 그런 비타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것은 행운이다.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가 아니다. 나를 웃게 하고 만나면 활력이 되는 비타민 같은 그녀라도 이별 후의 상실감에 인생의 너무 큰 것, 이를 테면 젊음의 시간, 인생의 기회비용을 너무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아름다운 노래의 노랫말처럼 “내 모든 걸 잃는” 지독한 사랑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다.


비타민 같은 그녀를 볼 수 없다고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를 피워가며 폐를 썩게 할 필요도 없다. 뭐 하나 썩을 거라면 속만 썩는 것이 낫다. 상처 입은 속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지지만 망가진 폐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울었다고 고백한다. 눈물이 나면 울어도 괜찮다. 눈물에는 꽤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중 강력한 효과가 감정의 정화 작용이다. 이왕 울 거면 통곡하듯 큰소리를 내어 울어 보는 것도 좋다. 얼마나 시원한지. 한바탕 실컷 울고 나면 신기하게 감정이 정리되고 새 힘도 얻는다.


옛날 라테 시절에는 남자는 일생에 세 번만을 울어야 한다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사내아이에게 구전 동화처럼 전해주었다.


첫 번째는, 태어날 때. “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여자도 운다!”


두 번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아오, 진짜! 누구나 운다!"


세 번째는, 나라가 망했을 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 모든 국민의 슬픔이다."


2019 국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쟁 발발 시 성인 남성 4명 중 1명은 군에 들어가 싸운다고 하였으며 국민 4명 중 3명은 직간접적으로 군대를 돕겠다고 밝혔다. 군대에 들어가 싸우겠다는 비율은 20대가 22.1%로 가장 높았다. 요즘 친구들도 이전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청년은 드물지만 언제고 뜨거운 불을 지필 수 있는 정의를 가슴 한구석에 남겨 둔 것은 이전의 뜨거운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우려스럽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청년들의 행태로 보아하니 말세다.” -고대 수메르-

“내가 어릴 때는 조신하게 행동하고 어른들을 존경하도록 배웠으나 요즘 청년들은 지나치게 약삭빠르고 규율을 참지 못한다.” -B.C 8C 헤시오도스-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고대 중국 한비자-


변한 것이 있다면 사회이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전 시대다. 요즘 친구들은 변화된 사회에서 변하지 않은 이전 젊은이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뿐이다.


이전 젊은이들 중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친구들의 20세기 아버지들은 남자라면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눈물을 보이면 “사내 녀석이!”라고 혼나는 바람에 눈물을 삼키며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가여운 분들이다.


아버지의 네 번째 눈물은 거칠고 부조리한 사회에 멍든 통한이다. 아버지가 네 번째 눈물을 보인다면 조용히 어깨를 내어 드리길. 그래야 다섯 번째 눈물도 흘릴 수 있다. 살다 보면 울 일 많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우린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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