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면 되는걸
▣ 나는 별명 대신 호칭이 여러 개다.
사람들이 날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개다.
구름 씨
구름아
언니
금비 엄마
케이는 자기야
금비, 금조 친구들은 어머님, 또는 친구 엄마 같은 아줌마
금조 친구는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얼마나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했으면.
옛날 강사를 했던 시절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여전히 선생님
누군가는 위원님
누군가는 간사님
누군가에게는 그냥 아줌마
우리 단지 사람들은 ○○호 아줌마
우리 아파트 경비님들이나 직원들은 사모님
누군가에게는 이모
진짜 조카에게도 이모
동생
우리 엄마는 딸~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연우 씨(가명)는 회사에선 사장님 또는 대표님이라고 불린다.
그는 지역사회 활동을 여러 개 하고 있으며 몇 가지 직책을 맡고 있다.
한 단체에서는 분과장을 맡고 있어 분과장님이라고 불린다.
다른 단체에서는 부위원장을 맡고 있어 부위원장님이라고 불린다.
어느 단체에서는 감사를 맡고 있어 감사님이라고 불린다.
교회에선 장로님으로 불린다.
어느 단체에선 고문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느 봉사 단체에선 매니저님이라고 불린다.
박은호 씨(가명)는 회사에선 이사님이라고 불린다.
동호회에선 회장님이라고 불린다.
시에서 운영하는 위원회에선 간사님이라고 불린다.
또 다른 위원회에선 위원장님이라고 불린다.
시민단체에선 분과 부위원장님이라고 불린다.
또 다른 시민단체에선 활동가로 불린다.
또 다른 시민단체에선 감사님이라고 불린다.
가끔 출강을 나가는 대학에선 교수님이라고 불린다.
사진작가협회에선 작가님이라고 불린다.
회장님, 사무총장님, 감사님... 호칭은 달콤하다.
위원장님, 의원님, 검사님... 호칭은 자꾸 달고 싶을 만큼 달콤하다.
총리님, 장관님, 의장님, 실장님, 대표님... 호칭은 자꾸 취하고 싶을 만큼 달콤하다.
이름 대신 호칭을 부르다 보니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여러 개’처럼 호칭도 여러 개다.
나이에 따라, 직급에 따라, 직책에 따라, 직업에 따라, 소속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상대는 즉시 기민하게 상대의 바뀐 호칭을 불러주어야 한다.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으면 무례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사회생활을 안 해본 사람이 되거나, 눈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가 삐질 수도 있고 미움을 살 수도 있다.
영문도 모르는 채.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간 가르쳐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 기본부터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지역사회 활동을 하다 보면 활동을 많이 해서 호칭이 여러 개인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상대가 원하는 대로, 불리고 싶은 호칭으로 부른다.
임기가 끝난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면 전 주민자치회장, 전 분과장, 전 간사, 전 사무총장, 전 대표, 전 부장, 전 과장, 전 이사 등등.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의 임기는 끝났기 때문에 ○○○씨라고 부르면 된다.
하지만 그랬다간 예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사회생활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호칭에는 사사로움이 들어가 있다.
임기가 끝난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팀장님, 국장님, 실장님 등등 외에 딱히 부를 호칭도 없다.
이름을 부르면 되는걸.
이름이 있는데도, 누구나 이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도 이름 말고 부를 만한 적절한 호칭을 찾느라 고심한다.
사사로운 호칭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