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2019)

영화 리뷰

by 비단구름
순전히 배우 때문에 본 무서운 영화, 그럼에도

감독:김주환 / 출연: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최우식


오컬트, 엑소시즘 영화는 마블 세계관만큼이나 매력적인 소재인 것 같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무서운 영화라 이런 장르의 공포물을 즐겨 보지 못했다. 지금은 ‘귀신? 그래서, 뭐!’ 할 만큼 세월 따라 감정도 무뎌졌고 ‘있으면 뭐, 어쩌라고!’ 할 정도로 사는데 귀신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 여전히 챙겨 보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번 봐 본 이유는 순전히 박서준 배우에 대한 호감 탓이다. 거기에 안성기, 최우식 배우까지 출연했다니 뭔가 있겠지, 있을 거야, 그랬건만!! 아무리 매력 있는 배우가 출연해도, 아무리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이 출연해도 영화가 무조건 재밌고 언제나 흥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오컬트, 엑소시즘, 심령주의, 슈퍼히어로, 액션, 약간의 유머까지 많은 것을 담아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주었다. 김치, 카레, 간장, 굴소스, 설탕, 된장, 액젓, 매실액까지 모두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맛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맛이었다.

용후(주인공)는 초능력을 갖춘 액션 슈퍼히어로에 가까웠는데 손바닥의 상처에서 발현되는 힘은 전지전능하여 손바닥만 갖다 대면 어떤 악귀들도 다 때려잡을 수 있으니 마지막 대결의 지신 괴물의 형상은 징그럽기만 할 뿐 강력해 보이지는 않았다. 가끔 장면 전환에 대한 배려도 부족해서 음? 좀 뜬금없는 데? 하는 연결도 있었다.

그럼에도 위로를 주는 대사가 있었고, 그래서 위로받았다.


안신부가 용후에게 해주는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는 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감독이 또는 배우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나도 안신부가 용후에게 하는 조언들을 되새겨 보았다.

어디에서건, 무엇에서건 배우고 느끼는 것은 삶의 소소한 재미라면 재미다.


하나님은 엄마를 살려달라는 아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거예요?
하나님이 용후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달라는 엄마의 기도를 들어준 거야.

어린 용후는 경찰인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 용후 아빠는 믿음이 깊고 천성이 선한 사람이다. 어느 날 밤 음주단속을 하던 중 용후 아빠는 차에 끌려가는 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는다. 용후는 성당으로 뛰어가 아빠를 살려 달라고 기도한다. 아빠를 살려달라는 기도만큼 간절한 외침이 있을까. 성당의 신부님이 다가와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실 거라며 함께 기도하지만 용후 아빠는 끝내 사망한다.


모든 시련에는 이유가 있다. 꿈을 포기하지 마라.


용후 아빠는 용후 꿈에 나타나 좋은 사람이 되어 약한 사람을 도우라는 유언을 남긴다. 부모 모두 잃은 어린 아들 걱정보다 좋은 사람이 되라니, 용후 아빠는 선함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선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용후 역시 선한 신의 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암시한다.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미워하지 못해. 아직도 미워한다는 건 그만큼 깊게 믿고 의지했단 증거야. 그래서 마음의 상처도 오래가는 거고.


용후는 아빠를 살려주지 않은 신에 대한 원망과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찬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된다. 그럴 수밖에.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바란 것도 아니고, 나의 유일한 간절함은 단지 아빠를 살리는 것뿐인데 냉정하고 무심하게도 얼마나 간절한지 알면서 신은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무패의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어느 날 손바닥에 붙은 십자가가 불타는 꿈을 꾸고 몸에서 악령이 빠져나간다. 잠에서 깬 용후는 손바닥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한다. 용후는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지만 이상이 없다.(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건강한 상태) 상처는 더욱 심해지고 용후 주위를 맴도는 악령들 때문에 악몽을 꾸며 괴로운 날을 보내다 무당을 찾아간다.

무당은 용후가 마음을 못되게 먹어 악하고 더러운 영들이 잔뜩 붙어 있다고 한다. 용후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용후 목소리로 속삭이는 귀신의 목소리라고 알려준다. 선한 속삭임이든 악한 속삭임이든 실은 내 마음의 소리이다.

무당은 용후 아빠가 남긴 반지에 선한 기운이 가득하다며 살아서 좋은 일 많이 하고 덕을 많이 쌓으면 선한 영들이 와서 지켜준다고 알려준다.

용후는 무당의 안내대로 집 남쪽의 십자가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구마 의식을 하다 위험에 빠진 안신부를 구한다. 이때 용후의 손바닥이 악령이 씌인 사람에게 닿자 악령이 불타버리는 것을 보며 손바닥에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죽을 때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을 따르는 이유는 부모님의 뜻을 완벽히 이해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따르는 이유는 그분들이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아낀다고 믿기 때문이다.

검은 주교 지신은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 지하의 비밀 공간에서 악마를 숭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얻은 강한 악의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악령을 씌울 수 있다. 지신 역시 믿음이 깊으며 기도를 열심히 하는데 그의 기도는 선한 기도와 다르다.

죄를 지은 영혼을 바침------ 타인의 죄를 단죄하는 교만을 행함
본인의 영혼이 아닌 남의 영혼을 바침-------사람을 도구로 삼음
그 대가로 본인에게 영생&힘을 달라고 간청함-------- 나쁜 사람
사람의 마음에 침투하고 주작질과 이간질도 함----- ------사악함


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모두 신의 사자다.


지신은 보육원에 살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아이 호석에게 접근해 악령을 씌운다. 안신부와 용후가 호석을 구하지만 호석은 끝내 지신에 의해 살해당한다.(우리 사회 최약체를 이렇게까지 소모하는 장면이 몹시 불편했음) 지신이 안신부를 인질로 삼고 용후를 위협하자 안신부는 스스로 지신의 칼로 얼굴을 찔러 용후가 갈등하지 않도록 한다. 안신부가 위독해지자 용후는 성당을 찾아 묻는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저렇게 죽어가는데 왜 가만히 있어요?

신을 믿는 사람들의 질문,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에 대해 안신부는 이렇게 답한다.

주님 뜻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믿는 거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에는 다 이유가 있어. 믿고 따르면 언젠가 그 이유를 알게 돼.

용후는 지신의 클럽으로 가 더 강해진 지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지신이 죽자 안신부도 회복하고 용후는 본격적으로 구마 사제가 되기 위해 안신부와 로마로 간다.


소재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으나 내용, 재미, 감동 모두 다소 아쉬웠다. 오컬트나 엑소시즘 영화를 좋아한다면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과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2005)>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더욱 확장된 세계관에서 악한 것들을 시원하게 때려잡으러 돌아오면 좋겠다고 기대하며 내 맘대로 상상해보았다.

영화 초반 용후 아빠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던 선하게 생긴 신부가 사실은 지신 보다 위에 있는 절대 악의 사제이며 용후 아빠가 사고를 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용후 아빠는 신의 사자로 은밀히 검은 주교들을 찾고 있었는데 신부로 위장한 자신의 신분이 들킬 위험에 처하자 용후 아빠를 처리하였다.

의식을 잃은 용후 아빠를 위해 기도한 것이 아니라 용후 아빠를 죽게 만드는 기도를 하였다.

용후가 아버지를 닮아 선한 신의 사자가 되는 것을 종종 방해하였으며 용후가 신을 원망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용후 목에 걸고 있는 아버지의 선한 힘이 담긴 목걸이가 용후가 완전히 흑화 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성인이 된 용후가 스스로 선한 길을 선택하여 아버지의 목걸이와 상관없이 용후는 선한 신의 사자로서 강력한 힘을 갖는다.

신부는 용후로 인해 이마에 생긴 흉터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용후 아빠의 능력을 용후가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용후에게 더욱 이를 간다.

신부는 어떤 배경으로 검은 주교가 되었는데 결국 선의 기로에 서느냐, 악의 기로에 서느냐는 어떤 시련이나 배경을 가졌더라도 본인 선택의 결과이다.

용후 손바닥의 점의 개수는 검은 주교의 수이며 각계각층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 행위들을 조종한다.

구마 의식을 하던 중 안신부를 두고 도망쳤던 최신부는 힘들고 어려운 일 안 하려고 하는 요즘 사제들 중 유일한 구마 사제 지원자였다. 성장은 했지만 여전히 겁이 많은 최신부는 용후를 적재적소에서 돕는다.

이참에 검은 사제들 김윤석, 강동원 배우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엔 청출어람이란 말도 있다. 언젠간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막연한 듯한 꿈을 꾸던 마크 랜돌프가 DVD 우편 판매 사업을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처럼 전편의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속편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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