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우

by 비단구름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는 큐켄호프 정원 위를 달리고 있었다.

“승객 여러분, 아까 많이 놀라셨죠? 일 분간 정차할 테니까 놀란 가슴 진정시킬 겸 잠시 꽃구경 좀 하세요!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세틸리카가 큐켄호프 정원 위에 버스를 멈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기 넘치게 외쳤다.

“정신이 좀 드니?”

세틸리카가 바로를 향해 몸을 돌리고 물었다.

“너 잠시 기절했었어.”

바로는 손을 휘적이며 눈을 부라리고 쫓아오는 허리케인을 피해 달아나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앞 의자에 머리를 부딪친 일을 기억했다.


“마귀 같은 노인네, 성질이 단단히 났나 봐. 미친 허리케인이 죽자 살자 쫓아와서 베테랑 운전사인 나도 식겁했어.”

“허리케인이 우릴 쫓아온 건가요?”

“응. 이 버스를 싫어하는 마귀 같은 노인네가 틈만 나면 헤리케인이고 해일이고 보내. 어떨 때는 벼락을 내리꽂기도 하고 말이야. 진짜 죽으면 어쩌라고, 미친 노인네.”

“그, 노인네라는 분이 누군데요?”

“있어. 심심해서 심보가 고약한 분.”

세틸리카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우리를 왜 싫어하는데요?”

“우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이 버스를 싫어하는 거야. 저 위에는 말이야, 서로 옹고집이니 똥고집이니 하며 만날 때마다 싸우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어. 어느 날은 인간의 욕망을 뭐든 들어주어야 한다며 싸우고 어느 날은 인간에게는 때로는 기적이 필요하다며 싸워. 또 어느 날은 인간에겐 희망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인간은 스스로 희망을 던져 버린다고 싸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그 이유는 말이야,”

세틸리카가 고개를 숙여 바로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댔다.


“사실 그 노인네는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야. 내가 나랑 싸우고 있는 꼴이니 아무리 싸워도 도무지 결판이라고는 나지 않아.”

“분신이요?”

바로가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니? 모두 분신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니? 하지만 내 분신은 어찌 된 성질인지 내가 인간의 나약함을 강화한다나 뭐라나, 하며 괴롭혀. 암튼 심보가 우웩!”

세틸리카가 토하는 시늉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덕분에 나는 미치광이 허리케인과 죽일 듯이 달려드는 벼락을 피해 귀가 빠지도록 달아나야 하는 가련한 새우 신세지.”


빨강, 하양, 노랑, 보라, 자주, 오렌지 빛깔 튤립들의 무지개 벨트가 얕은 바람에 출렁거렸다. 정원을 가득 메운 야리야리한 노란 수선화와 탐스럽게 피어오른 꽃분홍의 히아신스를 보며 바로는 꽃을 좋아했던 엄마를 떠올렸다.


“이상하게 말이야, 꽃을 보면 슬프지 않니?”

공원에 활짝 피어있는 수선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꽃이 피어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시려. 혼자 피고 혼자 저무는 슬픔이 가슴을 메워. 이렇게 꿋꿋이 아름다운 걸 보면 더욱 처절한 기분이 들지.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눈물이 나는 것을 참고 꽃을 예뻐하는 거야. 예쁘다, 하고 속삭여 주는 위로를 꽃들이 듣기를 바라면서.”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몹시 후회되는 순간이 떠올랐다. 그날, 엄퍼스톤 싱크홀 정원 바닥에서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던 엄마의 웃음이 시들었어. 어쩌면 나 때문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원의 꽃잎 위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바로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리는 빗줄기를 따라 바로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버스가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하는 줄도 느끼지 못할 만큼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바로는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우니?”

메리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바로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그날,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마당에서 꽃을 키우고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까. 예쁘다, 하고 속삭여 주었다면 바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의연하게 피어 있던 작고 가녀린 꽃처럼 엄마도 살아갔을까. 작은 종처럼 매달려 떨고 있는 청보랏빛 블루벨을 보며 바로는 처절한 슬픔과 후회가 뭔지 느낄 수 있었다.


버스는 하얀 모래가 반짝이는 바닷가 해변에 정차했다. 바로는 창밖으로 펼쳐진 바닷가 모래사장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버스를 탄 지 삼십 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 십 분 밖에 안 된 것 같이 느낄 만큼 버스 안에선 시간 감각이 사라졌다. 여기가 어디지? 강릉인가? 속초인가? 춘천에서 삼십 분 만에 몰디브 앞바다에 온 건가 바로는 해변에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피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시우야, 다 왔어!”

세틸리카가 큰소리로 시우를 부르자 잠에서 깬 시우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 문이 열리자 시우가 문 앞에 섰다. 세틸리카가 일어나 왼편의 문을 열고 나가 버스 앞으로 돌아와 문 앞에 서서 시우에게 팔을 내밀었다. 시우가 폴짝 뛰어 세틸리카에게 안겼다. 세틸리카가 시우를 안고 자리에서 한 바퀴 돈 뒤 바닥에 내려 주었다. 시우가 깔깔 거리며 활짝 웃었다.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아. 알았지?”

“누나도.”

시우가 대답했다.

“그래. 누나하고도 재밌게 놀아야지. 우리 귀여운 시우 그새 많이 자랐네. 재밌게 놀고 이따 만나자!”

세틸리카가 시우 머리를 쓰다듬고 볼에 쪽 뽀뽀해 주었다.

“엄마! 아빠! 누나!”시우가 손을 흔들고 큰소리로 가족을 부르며 해변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있다. 바닥에는 바위들이 있고 사이사이 에메랄드 빛 물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사람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해변 왼편으로는 둑이 있었는데 둑 아래에 사람들이 수영하고 위쪽의 물이 아래쪽으로 흐르는 둑 위로 물이 미니 폭포처럼 아래로 흘렀다. 둑 위에는 수영복 입은 사람들이 엎드려 선탠을 하고 몇몇은 수영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놀았는지 둑 위에 엎드려 있는 사람의 피부가 연탄처럼 까맣게 그을렸다.

시우는 청바지를 입은 엄마 손을 잡고 둑 위를 걷고 있다. 물이 정강이까지 차 있지만 상관하지 않고 둑 위를 건너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시우야, 이것 좀 봐!”

진달래 빛깔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둑 아래에서 아빠가 밀어주는 튜브에 엉덩이를 끼우고 누워있던 누나가 커다란 불가사리를 흔들고 있었다.

“누나가 별 주웠어! 하하하!”

“우와!”

시우가 우와, 탄성을 질렀다.

“누나, 나도 별!”

“알았어. 누나가 또 별 따줄게. 기다려.”

누나가 튜브에서 뛰어내려 물속으로 사라졌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시우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누나가 사라진 물속을 바라봤다. 일초, 이초, 삼초.

“짜잔!”

누나가 물 위로 나타났다. 손에는 불가사리를 들고 흔들었다.

“이건 네 별이야!”

“누나 고마워, 해야지.”

엄마가 시우를 안고 속삭였다.

“고마워, 누나!”

“너도 내려와. 물속에 별 되게 많아!”

누나가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니 시우와 엄마가 걸어왔던 길에 물이 더 차올랐다. 둑 가운데 다리가 열려 커다란 유람선이 지나갔다. 사람들이 배가 건너가는 동안 저쪽 끝에서 대기하며 환호했다. 시우와 엄마도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배가 지나가면 아래로 내려가 보자.”

엄마가 시우 볼에 뺨을 비비며 말했다.


“시우 가족은 작년에 모두 죽었어. 시우 아빠가 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살했어.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죽은 일가족 자살이라고 하루 종일 뉴스거리였지.”

시우가 해변의 가족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세틸리카가 말했다.

“그럼 저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인가요?”

바로가 깜짝 놀라 묻자 세틸리카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시우가 가고 싶은 곳이야. 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머금고 있는 가장 환상적인 순간으로 사람들을 데려가는 거야. 시우는 이 순간으로 자꾸 오고 싶어 해.”

세틸리카의 시선이 시우에게 벗어나지 않았다.


“운 좋게 시우만 살았어. 생활고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뉴스에 나왔어. 시우 빼고 모두 죽어버렸으니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치들의 주책뿐이겠지만 말이야.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야.”

조용히 듣고 있던 메리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시우 아빠는 테이프로 자동차의 틈을 막고 혼자 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죽었어.”

버스 안이 숙연해졌다.

“왜 그랬대요?”

바로가 소리쳤다.

“그야 나도 몰라. 너 눈엔 내가 뭐로 보이니? 마법사 뭐 그런 거? 아니면 신?”

세틸리카가 웃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마법사가 아니야. 나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뉴스를 보고 아는 그저 운전기사일 뿐이라고. 말을 해줘야 알지 말을 안 해주면 나 역시도 아무것도 몰라.”

세틸리카가 손을 턱에 괴고 누나와 손을 잡고 바닷물에 둥둥 떠있는 시우를 바라보았다. 아빠와 엄마가 물아래에서 손을 뻗어 시우와 누나를 받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물으면 대게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다고 해. 아이들은 무궁무진하고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궁금해하지.”

시우가 물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며 세틸리카가 말했다.

“하지만 시우에게는 자꾸자꾸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 큰 냄비에 라면을 끓여 나눠 먹고 어느 날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치킨을 먹는 아름다운 시절이 시우에겐 가장 환상적인 상상이거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미룰 정도로.”


메리 할머니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자 뒤쪽에 말없이 창밖만 보고 앉아 있던 해숙이 노란 달맞이꽃이 수 놓인 손수건을 건넸다.

“고마워요.”

메리 할머니가 해숙의 손수건을 받으며 말했다.

“여기는 시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공간이야. 시우는 버스를 타고 매번 여기로 와서 가족들이랑 놀아. 누나랑 별도 잡고 엄마 손을 잡고 물 위를 걷고 아빠한테 물장구를 치지.”

세틸리카의 얼굴에 염려 가득한 그림자가 지나갔다.

“시우가 영원히 이 순간에 갇혀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돼. 가끔 영원히 갇혀버리는 아이들이 있거든.”


하늘에 거대한 무지개가 떴다.

“시우야, 이리 와 누나랑 무지개 올라가자!”

시우가 누나와 무지개 위로 올라갔다. 하늘에서 시작된 것 같은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무지개 끝은 바다로 이어져 있었다. 누나가 먼저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바다로 빠졌다. 풍덩, 물보라가 치자 별을 담은 물방울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신난다! 시우야 너도 내려와!”

누나가 물장구를 치며 소리쳤다. 시우가 무지개를 타고 바다로 풍덩, 내려갔다.

“하하 하하! 재밌지? 또 타자!”

시우가 누나 손을 잡고 무지개로 뛰어 올라갔다.

“시우에게 이 순간은 무지개가 뜰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야.”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하늘에 거대한 방패연이 힘차게 꼬리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와! 연이다!”

누군가 소리치자 물놀이하던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시우와 가족들도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서서 하늘을 떠다니는 큼지막한 연을 보았다.

“엄마!”

넋을 잃고 연을 바라보던 시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응?”

엄마가 시우를 바라봤다.

“근데 누나 예뻐.”

시우가 또박또박 한 단어씩 크게 외쳤다.

“응?”

“예뻐.”

“누나 예뻐?”

“응. 근데 엄마 예뻐.”

시우가 천천히 분명하게 말했다.

“엄마 예뻐?”

시우가 계속 외쳤다.

“아빠 예뻐.”

시우 엄마가 시우를 안아 올렸다. 바로는 주변을 살피며 연을 날리고 있는 사람을 찾았지만 얼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출발해 볼까?”

씩씩하게 외치는 세틸리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시우는요?”

“걱정 마. 이따 데리고 갈 거야.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한참 놀라고 해.”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고원을 지나 울창한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 산 정상의 거대한 불상을 지나 미로같이 빼곡한 협곡을 빠져나와 뉴욕 한복판의 빌딩 숲을 달리던 세틸리카가 갑자기 클랙슨을 눌렀다.

“익스큐즈미! 운전 똑바로 안 해?”

세틸리카가 창문을 열고 고함을 치는 소리에 버스 안의 평화는 사라졌다.

“너 지금 깜빡이도 없이 칼치기하고 들어온 거야?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상대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손가락 욕을 보이자 세틸리카도 얼른 창문을 열고 손가락 욕으로 응수했다. 세틸리카가 얼굴이 벌게지도록 소리쳤다.

“나 지금 녹화 중이거든. 너 벌금 내야 될 거야.”


세틸리카가 창문 밖에 얼굴을 내밀고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동안 바로는 세틸리카를 힐끔힐끔 보며 티 나지 않게 관찰했다. 55 사이즈가 틀림없을 셔츠가 낙낙할 정도로 마른 체형과 얼굴 윤곽이 드러날 만큼 마른 볼에서 깐깐함과 까칠함이 배어 나왔지만 소리만 지르지 않는다면 꽤 예쁜 대학생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요!”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세틸리카의 보기 드문 착한 구석이었다. 세틸리카는 워낙에 원칙주의자라 십 분에 한 번은 화를 내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상당 부분 세틸리카의 분노가 이해는 된다고 바로는 생각했다. 물론 화나는 상황에서 어떤 경우라도 세틸리카는 단 한 번도 참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어떤 차가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들면, “오 마이 갓, 정신 나간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깜빡이만 켜면 다야?”라고 고함을 쳤다. 버스 정류장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정차한 차를 발견하면 “지금 버스 정류장에 차 대고 있는 거야? 미친 거야? 저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다니! 스튜피드!”라고 소리치며 운전대를 부술 듯 두드리며 분개했다.


“제정신인 거야? 정신 나간 인간들이 어떻게 면허를 땄지? 나는 말이지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을 특히 못 견디겠어. 대체 운전을 어디서 배운 거래. 요샌 면허 딸 때 인성 검사 안 하니?”

세틸리카가 휙, 돌아보며 극단적인 다혈질 사람처럼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바로에게 따졌다.

“학생이 뭘 알아. 면허를 따 본 적도 없는걸.”

메리 할머니가 눈웃음으로 세틸리카를 말렸다.

“그리고 운전면허 딸 때는 원래 인성 검사 안 해.”

메리 할머니의 말에 세틸리카가 핸들을 놓고 두 손을 위로 향해 들었다.

“오 마이 갓!”

세틸리카의 우스꽝스러운 제스처에 메리 할머니와 앞자리로 자리를 옮긴 해숙이 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세틸리카 더 놀라운 거 알려줄까? 요새는 삼일이면 면허를 따.”

해숙이 세틸리카를 놀렸다.

“진심이에요?”

세틸리카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했다.

“앞으로 더더욱 큰일이군. 차라리 무인자동차들만 다니는 편이 낫겠어. 교통 법규야말로 이 세계의 질서며 약속이라고. 조금이라도 교통 법규를 어기는 차들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곧바로 빵빵 거리며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며 불같이 화를 내줄 거야. 계약서엔 없지만 그것 또한 나의 의무지.”

바로는 이 세계의 버스 기사는 다 이렇게 준법정신이 투철한 가에 관한 약간의 의문이 드는 한편 십 분에 한 번씩 화를 내는 세틸리카를 목격하고 있자니 세틸리카의 교통 법규 준수에 관한 소신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성난 상대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총을 들고 버스에 올라탈까 봐 조마조마했다. 스핑크스 위를 지나고 있는 이 버스 안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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