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인지
인지는 관찰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대상을 관찰해야 그 대상에 관한 정보를 인지할 수 있다. 가령 꽃을 관찰하면 꽃의 색과 모양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관찰과 인지 사이에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즉 관찰한다고 해서 무조건 인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꽃의 모양과 색은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더 복잡한 대상 혹은 추상적 대상의 의미와 가치를 인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경우 관찰과 인지 사이에는 그 둘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관찰과 인지 사이에는 그 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액체 상태의 물이 끓어서 기체 상태로 변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10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 가령 99도의 열로서는 물을 끓일 수 없고 데울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물이 끓기 위해서는 열의 전달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면 물이 끓기 위해서는 100도 이상의 열이 일정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를 관찰과 인지에 연결해 보자.
물에 열을 가하고 있는 상태를 관찰 상태라고 한다면, 물이 끓어 기체 상태로 변한 것을 인지가 일어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때 100도 이상의 열을 집중력이라 한다면, 그리고 100도 이상의 열이 물에 전달되어 끓기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을 지속력이라 할 수 있다.
즉 관찰 주체와 관찰 대상이 만난 상태는 관찰 상태이고, 이러한 관찰 상태에서 집중력과 지속력이 작용해야 관찰 대상의 정보, 의미, 가치 등이 인지되는 것이다. 이때 집중력과 지속력은 관찰 태도라 할 수 있다.
집중력과 지속력은 관찰 태도
그렇다면 인지가 발달한다는 의미는 다름아닌 관찰력, 집중력, 지속력이 향상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력과 지속력은 인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재미있는 영화를 시청할 때와 어려운 철학책을 읽을 때 요구되는 집중력과 지속력은 분명히 다르다. 이는 인지 대상의 복잡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잡도가 높아지면 왜 요구되는 집중력과 지속력의 수준(?)이 올라가야 할까?
그 이유중 하나는 감성의 작용 때문이다. 복잡한 대상을 인지하려면 안정된 감성 능력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복잡한 대상의 의미와 가치는 쉽게 인지할 수 없으므로, 마음 속에서 두려움이나 조급함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려움이나 조급함이 생겨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인지가 발달하려면 안정된 감성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안정된 감성은 마음의 평화와 연결된다. 물론 안정된 감성이 마음의 평화는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감성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인지력은 관찰력, 집중력, 지속력의 통합적 표현의 낱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지 발달은 안정된 감성 더 나아가 마음의 평화와 연결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관찰력, 집중력, 지속력, 안정된 감성은 기억이나 언어에 바탕한 생각의 영역이 아닌 마음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