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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Jun 20. 2019

아이언맨과 나의 정체성

마음언어

우리네 인생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나’이다.

그 ‘나’가 2019년 6월 기준으로 약 77억이나 된다.

그리고 삶의 대부분 문제는 ‘나’와 관련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나’는 중요한데 정작 우리는 ‘나’에 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나’와  관련된 언어 표현을 통해 ‘나’와  ‘정체성’에 관해 살펴본다.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언어를 익히면서 인지 능력이 빠르게 발달한다.

이러한 인지 발달 과정에서  ‘나’라는 단어는 자기 정체성의 중심체가 된다.


‘나’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연결되면서 ‘나’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 과정은 매우 긴 시간 동안 진행되며, 애초의 ‘나’와는 다른 모습의 ‘나’가 만들어진다.

나이 마흔(40)이 넘으면 애초의 ‘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리고 ‘나’는 강력한 전투복을 입은 아이언맨(SF 영화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나이가 되면 대부분은 아이언맨 전투복을 벗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나’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아이언맨 전투복이 ‘나’라고 생각하며 살다 간다.

그렇다면 그 아이언맨 전투복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아이언맨 전투복은 크게 두 가지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언어이고 또 하나는 기억이다. 

이 글에서는 언어를 중심으로 살펴보니, 기억에 관해 궁금한 분들은 필자의 다른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현대의 인간은 대부분 이름을 가진다. 

이름은 ‘나’와 연결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이다.

이름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첫 번째 브랜드이다.

그리고 나의 부모, 나의 형제자매, 나의 친구, 나의 집, 나의 반려동물 등도 ‘나’와 연결된다.

성인이 되어 직업을 가지거나 학위를 가지게 되면 직위나 학위가 ‘나’의 두 번째 강력한 브랜드가 된다.

‘박 이사’, ‘김 사장’, ‘이 전무’, ‘김 박사’, ‘나 교수’ , ‘한 회장’처럼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나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그런데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끼지는 분들을 위해 잠시 살펴보고 간다.

다음은 나름의 공신력이 있다는 위키백과 정의이다.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이다. 정체성은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함의한다. 정체성은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인간의 정체성, 기업의 정체성, 군대의 정체성, 국가의 정체성 등 다양하다. 통상 정체성이라고 하면 인간의 정체성을 말한다.



사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정의를 읽다 보면 가끔 화가 난다.

왜냐하면 그 설명이 ‘같기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백과사전 정의는 접어두고, ‘정체성’에 관해 짐작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를 살펴보자.


‘ 너의 정체를 밝혀라 ‘


위 문장 속의 정체(正體)라는 단어에 성(性)을 붙이면 정체성(正體性)이 된다.

그렇다, 정체성(正體性)은 바로 그거다.

아이언맨 전투복을 입고 있으면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정체성(正體性)은 아이언맨 전투복을 벗은 상태의 ‘나’가 진짜 정체성이다.


다시 정체성(體性)과 관련된 일상의 언어 표현을 좀 더 살펴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나의 마음’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때  ‘나’는 무엇이고, ‘마음’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나’와 ‘마음’의 관계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즉 ‘나의 마음’이라는 표현은 ‘나’가 ‘마음’보다 더 큰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의 마음’ 이외에 ‘나의 몸’이라는 표현도 있기 때문이다.

즉 ‘나’가 ‘마음’이나 ‘몸’보다 더 큰 개념으로 ‘마음’이나 ‘몸’은 ‘나’의 원소이자, 부분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수학적 표현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 = { 마음, 몸, 기타}


여기서 ‘마음’과 ‘몸’이 부분집합인 이유는 ‘마음’과 ‘몸’이라는 단어 역시 ‘나’처럼  또 다른 요소(원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마음에 관한 필자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cloudwaveccxy/26


그리고 몸은 다양한 장기와 근육, 미생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당연히 하나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몸은 ‘나’의 부분 집합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내용만 봐도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적어도 ‘몸’과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표현인 ‘나의 집’을 살펴보자.

여기서 ‘집’ 대신에 ‘자동차’ 혹은 ‘휴대폰’, ‘노트북’, ‘직업’, ‘직장’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럴 경우  ‘집’이 '나'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즉 어떤 이들에게는 집이 ‘나의 존재’에 포함된다.

물론 ‘권력’이 ‘나의 존재’에 포함되는 이들도 있다.

즉 집, 돈, 권력, 지식, 인맥 등이 ‘나의 존재’에 포함되는 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은 존재감과 존재성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존재감과 존재성은 어떻게 다른가?

존재감은 현상이며, 존재성은 본질이다.

물론 존재성에서 나오는 존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존재성이 결여된 상태의 존재감은 가짜다.

소유적 대상만을 통해 느끼는 존재감은 가짜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과 ‘나의 몸’은 ‘나의 집’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나의 마음’과 ‘나의 몸’이라는 표현에 담긴 ‘마음’과 ‘몸’은 존재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나의 집’’에 담긴 ‘집’은 소유의 대상이다.

그리고 ‘마음’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므로 ‘마음’은 존재적 요소이다.

‘또한 몸’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므로 ‘몸’은 존재적 요소이다.


그런데 여기서 ‘몸’은 좀 특별하다.

사실 ‘몸’은 존재적 요소이자 소유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사실 ‘몸’이 존재적 요소가 되는 이유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 마음’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몸’과 ‘마음’은 함께 존재한다.

그렇다면 몸은 왜 소유적 요소일까?

몸의 일부가 훼손되어도 몸의 주요 장기가 동작한다면 여전히 ‘나’는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로 몸의 일부 기능을 상실하거나 잃어버릴 경우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는다.

그로 인해 ‘나’라는 정체성이 크게 약화되거나 변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 혹은 수용하면서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몸은 소유적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몸을 도구나 수단처럼 본다는 뜻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몸은 우리가 죽기 전까지는 분리되지 않는 특별하고도 한시적인 존재적 요소이자 소유적 요소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나’에 관한 수학적 표현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나 = { 존재적 요소, 소유적 요소 }


여기서 존재적 요소는 마음이고, 소유적 요소는 몸과 기타 다양한 것들이다.

그런데 앞에서 우리는 ‘나’에 속하는 소유적 요소를 살펴보았다.

바로 집, 자동차, 휴대폰, 노트북, 직업, 직장 등이다.

이외에도 ‘나’에 속하는 소유적 요소는 매우 많다.

한번 독자들도 일상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나의 XXXXXXXX’ 를 찾아서 구분해 보기 바란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자신이 아이언맨 전투복을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진짜 ’나’를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이언맨 전투복을 벗으려면 적어도 아이언맨 전투복에 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언맨 전투복 사용법을 모르면 어떻게 벗겠는가?


그런데 왜 진짜 ‘나’를 알아야 할까?


마음언어 기초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 생활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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