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시험은 공군사관학교에서 보게 되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신체검사를 위해 모든 옷을 탈의하라고 하였다.
19살이라고 한다면 알 거 다 알고, 이제 성인이 되기 직전의 나이지만 갑자기 들어온 탈의 요청에 꽤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탈의 요청은 모든 인원들이 모인 강당에서 이뤄졌다. 대략 200명 정도 되는 인원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탈의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공군 조종' 지원 인원으로 받는 신체검사인 만큼, 그 기준과 평가요소가 많음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 입학 검사에서 '비뇨기과' 검사라니..사관학교를 어느 정도 일반대학과 유사한 형태로 생각한 많은 이들에게는 특히나 더욱 당황스러운 검사였다.
사실 지금도 조종을 수행함에 있어서, 비뇨기에 대한 검사가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렇지만 최초 입교 시에 다양한 측면에 있어서 입교자원의 신체적 이상유무를 살피는 방향인 것 같았다.
사춘기를 갓 지난 고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치욕적일 수도 있는 단체 비뇨기과 검사를 끝마치고 나서는, 공군에서 운영하는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각 과별로 이동하며 검사를 받게 되었다.
방문해야 하는 과는 정말 많은데,
안과부터 이비인후과까지 거의 모든 과에 이른다.
예비 사관생도들은 정신과 질문지를 사전에 교부받고, 자신이 방문해야 하는 진료과 목록과 지도를 들고 이동한다. 정신과 질문지의 양이 엄청난데, 거의 500문항이 넘는 질문에 답하느라 진을 뺐던 기억이 난다.
모든 과에 대해 각각의 진료 기준이 있지만, 그 중 제일 까다로웠던 부분은 당연 안과이다. 조종사라면 당연히 시력이 좋아야 함을 물론이라 생각하겠다. 지금에야 시력교정술(PRK)가 허용되었기 때문에 일부 조건이 완화된 부분이 있지만, 내가 입학하던 2010년 당시에는 조종자원에게 허용된 시력교정술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안(안경을 쓰지 아니한 상태의 눈) 상태의 시력이 0.5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또한 굴절률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에서 불합격을 통보받는 인원들이 상당히 많았다.
신체검사는 당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데,
안과에서 그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수험생활을 견디며 눈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시력이 갑자기 나빠진 경우도 있을텐데, 해당 인원들은 안과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나라고 다를 건 없었다. 2차 시험 이전 지역 안과에 공군사관학교 입학 기준을 가지고 검사를 해봤고, 그에 따른 결격사유는 없음을 확인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사관학교 지원 과정에 있어서 공군 조종사의 꿈이 점점 더 붉어졌던 만큼, 신체검사에 있어서 합격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컸다. 2차 시험 중 체력검정과 면접은 내 노력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에 속하지만, 신체검사는 그렇지 못하기에 불안한 마음과 간절함이 교차했다.
그렇게 안과에서 보는 불합격의 단상은 다양했다. 안과에는 앞으로 대기하는 좌석이 양쪽으로 4개씩, 총 8개 정도의 좌석이 있었다. 다들 처음보는 사이기 때문에, 은근한 적막감이 서로를 감쌌다. 각 진료과를 이동하다가 안과로 이동하면 제일 마지막 의자에 앉아서, 다른 인원들이 안과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통해 공군 조종사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인원들에게는, 가혹한 불합격의 선고가 내려지고 있었다. 가혹한 불합격의 선고를 들은 한 인원은, 재검사를 요구했다. 재검사를 요구받았다면 안과의도 그것을 허용해줬지만, 똑같은 검사에서 돌아오는 것은 똑같은 결과였다. 그렇게 아쉬움을 삼키고 바로 짐을 챙기러 가던 뒷모습에서는 허탈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인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굴절률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었는데, 평소 시력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굴절률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 그 인원은 다소 당황스러움을 표시했고 아쉬움보다는 당황스러운 뒷모습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점점 나의 차례가 다가오니, 불안함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