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오실 준비 하시면 되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가능성을 열어둔 무언의 합격과 관련된 암시였다.
지금 딸아이를 키우는 나는, 그때의 느낌이 마치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성별 통보’와 너무도 닮아 있음을 새삼 떠올렸다. 의사 선생님은 “딸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예쁜 옷을 준비해 주셔야겠네요”라는 말로 많은 것들을 암시했었다.
공군사관학교 면접장에서 들었던 말도 비슷했다. 직접적인 합격 통보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 자신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결국 이곳에 입학하게 될 거란 예감을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 수능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 있었기에, 자만은 금물이긴 했지만.
2차 시험을 본 지 약 3주 후, 통보를 받았다. 시기는 수능 약 한 달 전이었다.
“2차 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전형에서는 1차 필기시험에서 대략 2~3 배수를 선발하고, 2차 시험에서는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인원이 꽤 되기 때문에, 2차 시험까지 합격했다면 실제 입학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종 대상자 중 일부는 입학을 포기하기도 하기에, 실질적인 경쟁률은 더 낮아진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사실 공군사관학교 지원 전까지, 나는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을 목표로 공부해 왔고, 성적도 이에 맞춰 꾸준히 상승세였다. 그런데 2차 시험까지 통과하자, 마음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다.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수능에 목숨 걸 필요 있을까?”
그렇게 공부에 대한 집중력은 점차 흐려졌고, 내 마음은 어느새 사관학교에 안착해 있었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서는 누구나 평정심을 잃기 마련이고, 나 또한 그랬다.
30대가 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나는 평소 침대에 눕기만 해도 잠들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날만큼은 예외였다. 결국 ‘수면제’라는 단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일상에 등장한 날이기도 하다.
평소 잠을 그렇게 잘 자던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잤으니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물론, 수능시험을 잘 봤다는 생각 또한 없었다.
이제 사관학교 입학발표까지 한 달이 남았다.
과연,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