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공군 사관학교의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안내하던 간부가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분명 얼떨결에 지원했고, 생각보다 시험을 잘 치렀고, 무언의 합격 통보도 받았다.
그런데 사관학교 정문 앞에 서는 순간까지도 “이게 진짜 시작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줄로 늘어선 줄 앞에서 안내장교는 이름을 불렀고, 예비생도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줄에서, 나는 내 이름을 다시 들게 되었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걸 그때 알았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고, 이제는 예비생도 OOO가 되어 있었다.
입소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건 소지품 확인이었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사소한 약이나 개인 물품도 사전 승인되지 않은 것은 모두 제출 대상이었다.
특히 휴대폰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최소 1달 이상은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이 이루어진다는 감정을 경험했다. 평생을 누군가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온 학생들에게는 그 과정부터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자 시작이다.
우리는 아직 ‘생도’가 아니었다.
입소 후 일정 기간은 후보생 신분으로, 말 그대로 ‘생도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버티고 견뎌야만 했다.
처음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건, 군인으로서의 명령이 발화되는 과정인 '구령'이었다.
“앞으로 가! 좌향좌! 열중쉬어!”
그동안 멀리서 들리던 군대의 언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하는 속도, 걷는 간격, 서는 각도, 돌아보는 시선. 작은 행동 하나까지 반복과 통제 속에서 조정되었다.
저녁 점호를 마치고, 불이 꺼졌다. 동기들의 숨소리가 어둠 속을 메우고 있었다.
침상에 누워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진짜 이곳에 왔구나.”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날의 풍경,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공군사관학교 입소 첫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내게는, 울타리와 민간인의 삶으로부터 단절되고 새로운 알을 깨고 나오려는 첫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