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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Lee Sep 29. 2015

노동의 미학

Night is comming, When no man can work

Night is comming, When no man can work

일할 수 없는 날이 속히 오리라.

이것은 시간에 관한 엄중한 진실...          


어느 날 주변에 쌓인 소소한 일들이

온몸에 그물처럼 얽매들어

산다는 것이 무한한 노동처럼 느껴질 때

난 성경의 이 구절을 떠올린다.     


노동의 미학이란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애씀과

 수고에 있다는 걸 알면서

마음과 손이 자꾸만 무거워짐은 어쩔 수가 없다.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다음에 하면 된다고

결심을 미루고, 말을 미루고, 행동을 미루고

순간순간 내 앞에 놓인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

 어리석은 자세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때 단호한 선언이 마음을 울린다.

<일할 수 없는 날이 속히 오리라>     


90년대말 종말론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적잖은 수의 사람들은 직장과 가정을 팽개치고

세기말적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불탔었다.

그러나 세계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그들은 정말 소중한 자신의 삶을 잃었다.     

말세라느니, 세계의 종말이라느니 걱정하면서도

정작 수시로 닥쳐오는 개인의 종말은 준비하지 않는다.

혹성이 충돌하고, 전쟁이 나고, 빙하가 녹고..

그렇게 오늘 세계가 멸망하지 않더라도

나의 날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우린 커다란 것에만 눈을 돌리게 만드는 사악한 유혹에 자주 빠진다.      

정작 인생이란

아름답거나 화려하거나 굵직한 일들이 아닌

늘 자질구레하게 신경 써야 하고

일하지만 빛도 안 나는 그런 것임을 알면서도,

살아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보람으로 느끼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그래서 저 구절은 내게 늘 도전이고 경고가 된다     

늘 잊어먹지만 또 다짐한다.

인생의 시간이 또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

싫어도 도망치지 않기.

기뻐하고, 씩씩하기.    

일할 수 없는 그날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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