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현정 Lee
Sep 28. 2015
영화 - 로열 테넌 바움
진실은 언제나 내 안에
로열 테넌 바움 (The Royal Tenenbaums)
은
참 오래된 영화다.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1년 영화,
하지만 제목은 몰라도 주인공들과 음악은 대부분 알 것이라 생각된다.
월드컵으로 기억되는
2002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도 괜찮았지만 영화음악이 너무 좋아서
바로 음반을 구입해서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제목이 뜻하는 로열 테넌바움은 한 남자의 이름이다.
테넌바움이라는 가족의 뿌리이기도 하고,
가족의 대표가 되는 아버지의 이름인 것이다.
그 아버지는 일찍이 방탕함과 가족에 대한 무관심으로
천재였던 자식들의 앞길을 망쳐버린 전작이 있다.
돈이 다 떨어진 인생의 말년에
너무나 오랫동안 어그러져버린 가족의 틀을
다시 찾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다.
각기 다른 인물을 주제로 살펴보는
총 10개의 챕터씩으로 구성되어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이니만큼
아주 짜임새 있는 구성을 자랑한다.
이러한 구성은 여러 가지 장점으로 나타난다.
각기 인물들의 처한 상황과 배경을
지루하지 않게,
돋보기로 보는 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족 구성원들이 겉으로 보여주는 동일한 행동들,
즉, 파행적이고 콩가루 폴폴 날리는 가족들의 생활이
서로 다른 배경과 설득력 있는 원인들을 효과적으로 알려준다.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는
아이들의 옷과 차림새는
아마도 이들이 어릴 적 이후
상태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 듯하다.
몸은 자랐지만 정신의 성장은 멈춰버린..
(양철북 생각난다.. 상황은 반대지만)
물론 그 상처의 대부분은 아버지에게서 받았다.
특히 이 부분들.
벤 스틸러의 자녀들도 그와 같은 붉은 추리닝을 입은 것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나타낸 것 같고,
기네스 펠트로가 늘 입는 두터운 털코트는
진실된 자기 모습을 감추는 꾸밈의 상징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진 해크먼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코믹 연기.
강박증에 시달리는 벤 스틸러와 망가진 기네스 펠트로.
루크 윌슨, 안젤리카 휴스턴,
오언 윌슨,
빌 머레이 등등
주연도 조역도 다 유명 배우들인데
역할을 가리지 않은 이들의 출연은
좋은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경의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웨스 앤더슨은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그 해 아카데미 미술, 분장, 의상, 음악상을 휩쓸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감탄한 것은 바로 음악이다!
처음부터 비틀스의 'Hey Jude'가 들려 귀를 사로잡더니
니코의 'These Days'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Stephanie Says'
우리가 익히 귀에 익은 사이먼 앤 가펑클, 밥 딜런 등의
정겨운 팝송들이 장면을 따라 아주 적절하게 흘러나온다.
특히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 화면에 나오던 팝송들은
가사까지도 영화랑 너무 잘 맞아서 감탄했다.
에네쿠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 단조,
라벨의 현악 4중주 제 2악장까지 클래식까지 넘나드는
이 영화의 음악들은 예술이다.
우리 영화 '집으로'처럼 감동적인 영화도 아니고
아버지의 부성애가 눈물겨운 영화는 더욱 아니지만,
코미디라는 큰 틀에서 가족의 해체와 단절을 표현하고
그래도...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여
진정한 가족으로의 회복을 결코 허술하지 않게 보여준
웃음 뒤에 생각을 곱씹게 하는 코미디 영화였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가족이란 틀안에서 상처받고 비틀어진 채
바깥에서 구원을 찾던 가족 구성원들이
다시 그 틀안에서 자유함을 얻게 된다는 거.
문제는 다른 곳이 아닌 그 원인에서 풀어야 한다.
내게 무거움을..
십자가를 주는 것도 가족이라면
돌아갈 곳도, 그것을 해결해야 할 몫도
역시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삶의 조건들이 아무리 무거운 것이라 하여도
눈을 피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내 안에 있으므로.
https://youtu.be/UDbTTMfiK6I
영화 접속 Pale Blue Eyes로 알려진 The Velvet Underground의 Stephanie Says
https://youtu.be/0_z_UEuEMAo?list=PLhAua7i5kSh8tesoI-o2VhsOQK2Kl6MDb
Nico - These Days
https://youtu.be/__t7xZvw0vs?list=PLhAua7i5kSh8tesoI-o2VhsOQK2Kl6MDb
너무나 유명한 Hey Jude - The Mutato Muzika Orchestra
keyword
영화
영화음악
추천영화
현정 Lee
작가, 기자.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구독자
455
구독
작가의 이전글
하루키의 여행법
노동의 미학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