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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Lee Oct 13. 2015

바늘 방석 같은 글쓰기

터널을 지나온 사람만이

솔로몬의 동굴을 연상케 하는 카오스의 책상 위로

돈은 안되지만 마감 시한을 훨씬 넘긴 청탁 원고와 

여기저기 보내고 싶은 글들, 취미 삼은 블로거며 브런치에 이르기까지,

독촉으로 살가운 따가움을 보내는 지인들에 이르기까지

요즘 산더미 같은 글쓰기 숙제를 쌓아놓고 산다.

  

여름엔 모든 것이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했다.

이글거리는 생명, 살아있는 것은 자라고 변화한다. 

어느새 가을이 되고 또 찬바람이  불고...

마음도 역시 살아 있음을 증명하며

수없이 생겨나는 살아가는 문제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변화하고 또 변화해 가고.. 


가슴속이 텅 비어 있어도 그렇지만

이렇게 너무 꽉 차있어도 글이 쉽사리 쓰여지지 않는다.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그럴듯한 시 한편 쓰지 못한 채 가을이 가고 있나보다.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쉴 새 없이 웅성거리는 말들

수많은 말들이 서로 부딪혀 흩어진 자음과 모음만 어지럽게 날리고,

정리되지 못한 혼돈만을 쏟아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잠시 미뤄두고 살기도 한다.


어릴 때는 잊기 위해 글을 썼던 것 같다.

외로움을, 슬픔을, 힘듬을 잊기 위해서

어쩌면 시간 앞에 무방비하게 서 있는 스스로를 잊기 위해서.

  

하지만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거창함과 화려함을 다 떠나서

생각이나 관념만이 아닌 마음이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길 위,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절제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을.

  

이래저래,

글을 써 놓고 보면 요리 봐도 콕콕 저리 봐도 콕콕

날 찔러대는 바늘 방석 같은 글쓰기.

오늘도 따끔 따끔한 방석 위에서 한잔의 차를 마시며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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