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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Lee Mar 12. 2016

침몰한 난파선 찾기

지금, 여기


'아, 이걸 쓰고 싶다, 써 봐야지'생각했다가..

어느새 하루가 또 지나간다.

그런 하루의 반복.

직업적으로 돈이 되는 원고가 아닌 내 맘가는 대로 자유롭게 쓰는 글이 고프다.


그러나 나는 생활인이기도 하니까...

끼니 거리, 입힐 거리, 치우고 쓸고 닦아야 하는 일거리가 끊임없이 보이고,

아이를 보살펴야하고, 사교성 좋은 학부모도 되어야 한다.


그 모든 곳에서 작가의 얼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황에 맞는 역할이 있으니까 말이다.

작가로써의 자아와 생활인의 자아,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그 미묘한 균형점을 잡는 것은 꽤 중요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내 안에 추는 곧잘 기우뚱하게 기울어지곤 한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과 자리에 성실하게 임하려고 노력 해본다.


하지만, 불쑥 불쑥 글거리가 생각나고,

놓치고, 아쉬워하면서 갈증을 느낀다.

골방에 콕 박혀서 글만 쓰고 싶은

깜짝 놀랄만큼 격렬한 욕망에 시달릴 때가 있다.


원고 두어줄 쓰다가 불현듯 내일 끼니 반찬 걱정,

깜빡 잊은 아이 학교 준비물을 챙기러 후다닥 일어나는 일 없이,

내가 방금 놓쳐버린 주옥같은 글귀를 찾으며

안개 속에서 해매이지 않도록...


아무런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사고의 바다에 빠져서

내 안에 깊숙히 침몰한 난파선의 온전한 조각들을 찾고 싶은 것이다.

어두운 저 심연에  잠긴 난파선도

한때는 꿈을 가득 싣던 보물선이었을 텐데.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엔.. 있지 않을까..

꿈을 싣고 침몰해버린 난파선이.


더 이상 헤엄칠 힘이 사라지기 전에

찾고 싶은 그 욕망마저 희미해지기 전에

다시 한번만...


아,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음악 듣고, 책 읽고, 이따금씩 푸르른 창 밖도 내다 보면서

한없이 글만 쓰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하고 까만 밤,

씁쓸한 커피 한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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