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은 내 안에, 어떤 결로 남았을까

by 클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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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은 듯 스쳐가지만,

돌아보면 그 결이

내 안에 조용히 남아 있다.


사랑도,

질문도,

관계도—

‘지나간다’는 말로 설명되기엔

너무나 깊은 결을 남긴다.


나는

그 결을 잊지 않으려

오늘도 질문한다.


우리가 서로를 지나간다는 건,

사라짐이 아니라,

스며듦이 아닐까.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결은 쉽게 설명되지 않지만,

누군가 우리를 스쳐갈 때마다

분명히 흔들리고, 영향을 받고, 조금씩 바뀐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란 감정마저

고정된 결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만나면,

서로에게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결로 감정을 흘려보낸다.


각자의 바라는 대답을 품은 채,

때로는 혼자

자신에게 질문을 남긴다.


“그 사람, 나를 사랑할까?”
“오늘도 나를 떠올릴까?”
“내가 조금 더 괜찮아지면,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렇게

혼자 질문하고,

혼자 상상하고,

혼자 대답한다.

“사랑할 거야.”
“보고 싶어 할 거야.”
“이렇게 하면 분명 좋아할 거야.”

하지만

막상 그 사람과 마주한 순간,

내 안에 숨겨둔 질문들은

쉽게 꺼낼 수 없고,

쉽게 휘발되어버리곤 한다.


그러다,

어느 날엔 용기를 낸다.

바라는 대답을 간절히 품은 채,

한 문장을 던진다.

한 눈빛을 건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결에 영향을 준다.


질문을 주고,

대답을 받고,

때론 대답 없이도

그 존재를 받아들이고,

점점 닮아간다.


처음엔 바라는 대답이 필요해서 시작된 사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질문은 점점 변한다.


더는

“사랑하나요?”
가 아니라,


“오늘 당신은 어떤 결로 세상을 지나고 있나요?”
“그 결을, 내가 바라봐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사랑은

바라는 대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고유한 결을 조용히 바라보며

질문 자체를 품는 용기로 깊어지는 게 아닐까.


바람처럼 지나가도,

말없이 곁에 있어도,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결로 남았을까?

그리고 당신에게,

사랑은 질문이었을까?

대답이었을까?


이 챕터는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결’에 대해 묻습니다.

질문은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자,
서로의 고유한 결을 받아들이려는 작은 용기입니다.

사랑은 때로 질문이 되고,
그 질문은 결국 나를 다시 묻게 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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