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잔향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
누구나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우연히 들려온 노래 한 구절에서,
익숙한 표정이나 말투에서—
불쑥, 지나간 사랑이 스친다.
그리고 마음이 묻는다.
“아직 내가 그 사람을 못 잊은 걸까?”
“왜 자꾸 비교하게 될까?”
“혹시… 나만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걸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 앞에서 한 번쯤 멈춰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미련’ 이라고 부르지 않고
*‘잔향’*이라고 부르고 싶다.
향수는
처음 뿌렸을 때가 가장 짙고 강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진함은 사라지고,
피부에 스며든 잔향만이 은은히 남는다.
나는 그걸,
사랑의 감정에 빗대어 생각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언제나 어딘가에
그 이전의 잔향을 품고 산다.
완전히 휘발되지 않은 기억,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
그건 다시 그리워서가 아니라,
한때 내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억지로 그 잔향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향수를 뿌릴 때도,
내 안에는 이전의 향이 살짝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건 나쁜 일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이라는 걸 배워간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정말 사랑했다는 증거는
완전히 잊는 데 있지 않고—
그 잔향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잔향은 오래 남지 않는다는 걸.
결국 그 향도 사라지고,
마음은 또 다른 파장으로 덮여갈 것이다.
하지만,
그 잔향을 잠시라도 느꼈던 그 순간—
그 감정을 다시 마주했던 그 하루—
그건 분명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향기의 기억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나요?
그리고 그 잔향은—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고 있나요?
이 글은
‘미련’이라는 말로 덮기엔 아름다웠던 감정의 잔향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보다,
감정을 감싸는 온도의 흐름을 믿고 싶었습니다.
새롭게 피어난 향기 속에도
이전의 따뜻한 흔적이
조용히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