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착각이었을까, 진심이었을까

감정이라는 착각, 착각이라는 진심

by 클로디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감정은 착각이 아닐까?


왜 어떤 사람에게 끌리고,
어떤 장면 앞에서 눈물이 나고,
어떤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그건 정말 ‘느낌’일까?
아니면,
느끼고 싶어서 믿은 감정의 환상은 아닐까?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기억일까?
호르몬일까?
결핍의 잔재일까?


그런데 이 질문조차
결국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용히 멈춰 세운다.


감정을 의심하는 질문조차,
감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수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연인과 마주 앉아 따뜻한 손을 맞잡고 있으면
사랑이 느껴진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말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상대에게 입히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바라던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그 감정을 되돌려 받으며
진짜라고 믿는 건 아닐까?

이 믿음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만큼 간절했다는 증거다.


느껴지고 싶어서,
받아들여지고 싶어서,
우리는 기꺼이 속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감정은 본질적으로 기꺼이 속아주는 착각의 예술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때로는 환상보다 더 환상 같고,
거짓보다 더 진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진실성마저도
내 안의 무언가가 만든 착각이라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진심이라고 믿었던 걸까?


감정은 수학처럼 계산되지 않고,
물리처럼 측정되지 않고,
논리처럼 증명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감정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고,
그 환상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게 착각이든, 진심이든—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착각이라는 이름의 감정,

감정이라는 얼굴을 한 환상.


그 사이에서 나는 질문한다.


“그건 진짜였을까?”

“아니면, 내가 만든 이야기였을까?”
“그 감정은 나였을까, 아니면 너였을까?”


우리는 지금도

느끼고 싶어서 만들어낸 감정의 환상 속에서
스스로를 안아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 감정이 환상이었다고 해도—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감정이란 건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고,
논리로 입증되지 않으며,
시간 앞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감정이
착각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 순간을 살아낸 나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또 하나의 감정이 되어 돌아온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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