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생각

그 말은 시간을 건널 수 있었을까

by 클로디

같은 말을 했는데

한 사람은 약속이라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지나간 감정이라 말한다.


우리는 왜

같은 언어를 쓰면서

전혀 다른 무게로 말을 받아들이는 걸까.


단순히 서로 달라서일까.

아니면 그저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었기 때문일까.


기억을 천천히 되감아보면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는다.

대부분의 말은

순간의 감정에 기대어 뱉어지고,

그 순간이 지나면

쉽게 휘발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말을 다시 주워 담는다.

말의 방향을 생각하고,

그 말이 도착할 시간을 상상하며

혼자서라도 되새긴다.


그래서 같은 문장이

누군가에겐 가벼운 표현이 되고,

누군가에겐

지켜야 할 말이 된다.


순간의 감정으로

지속되지 않을 말을 건네는 것은

과연

듣는 사람의 깊이를 고려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하나의 신호였을까.


그렇다면 그 말은

누군가에게는

조금 이기적인 언어로 남을지도 모른다.


말은 참 어렵다.

어떤 말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질지

말하는 사람은 끝내 알 수 없다.


진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진심을 말하고,

누군가는

그 진심의 무게를 혼자 감당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어떤 말이 진심이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질문해보려고 한다.


이 말이

시간을 건널 수 있는 말인지,

이 말이

상대에게 거짓말로 남지 않을지.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다정함이 아니라

예의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말은

하는 순간보다

남겨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


지금 당신이 떠올리는 그 말은

약속이었을까,

아니면 그때의 감정이었을까.


그리고 당신은 오늘,

지킬 수 있는 말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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