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시간을 건널 수 있었을까
같은 말을 했는데
한 사람은 약속이라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지나간 감정이라 말한다.
우리는 왜
같은 언어를 쓰면서
전혀 다른 무게로 말을 받아들이는 걸까.
단순히 서로 달라서일까.
아니면 그저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었기 때문일까.
기억을 천천히 되감아보면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는다.
대부분의 말은
순간의 감정에 기대어 뱉어지고,
그 순간이 지나면
쉽게 휘발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말을 다시 주워 담는다.
말의 방향을 생각하고,
그 말이 도착할 시간을 상상하며
혼자서라도 되새긴다.
그래서 같은 문장이
누군가에겐 가벼운 표현이 되고,
누군가에겐
지켜야 할 말이 된다.
순간의 감정으로
지속되지 않을 말을 건네는 것은
과연
듣는 사람의 깊이를 고려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하나의 신호였을까.
그렇다면 그 말은
누군가에게는
조금 이기적인 언어로 남을지도 모른다.
말은 참 어렵다.
어떤 말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질지
말하는 사람은 끝내 알 수 없다.
진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진심을 말하고,
누군가는
그 진심의 무게를 혼자 감당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어떤 말이 진심이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질문해보려고 한다.
이 말이
시간을 건널 수 있는 말인지,
이 말이
상대에게 거짓말로 남지 않을지.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다정함이 아니라
예의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말은
하는 순간보다
남겨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
지금 당신이 떠올리는 그 말은
약속이었을까,
아니면 그때의 감정이었을까.
그리고 당신은 오늘,
지킬 수 있는 말만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