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 Dec 07. 2017

고령사회, 가능성은 커뮤니티에 있다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읽고

저자는 노년기를 인생 제2의 황금기로 칭하며 노년층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나이많고 경험많은 직원이 직장의 경제적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경제적 자원이 풍부하고, 지식계층이며 인맥도 풍부한, 우리에게 지대한 발전을 가져올 계층으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은 그런 계층이 아니다. 잘 사는 노인은 죽을 때까지 잘 산다. 하루하루 현재 살기가 빠듯해 미래를 고민할 겨를이 없어, 결국 못 살 것이 뻔한 예비노인들이 '생각보다 긴 생'이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자구책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타겟을 다시 상정하면, 책에서 제시한 대부분의 해결책이 사실상 실천하기 어려워진다. 
한 가지 예로, 노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장에서 전반적으로 탄력근무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시간적, 금전적, 환경적으로 너무나 거시적이어서 직접적으로 노인 문제 개선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성과 측정이 불분명하다면 계속해서 자원을 투입할 정당성도 잃는다. 타겟은 분명할수록 좋고, 해결책은 타겟과 밀접할수록 가시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노인문제 해결의 가시적인 목표와 성과를 보고자 함이 아니라 비전 제시인 듯하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책의 주장에 동의한다. 전반적으로 복지의 질이 향상되고, 그 안에 노인들의 불편에 대한 고려가 조금 더 세심하게 이루어지면 베스트다. 
노년층이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을 보면, 이런 조건 갖춰진 도시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좋다. 좋은 의료서비스, 안정적 소득 보장, 안정적인 주거비, 높은 고용 및 교육기회, 높은 대중교통 접근성, 지역사회에서 유대감 느낄 기회같은 것.
 
교육의 중요성에 쉬이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교육정책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가장 쉬운 이유는 '으른이 된 내가(혹은 내 자식이) 더이상 교육을 받을 일이 없어서'이다. 당사자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문제를 인식한다. 그에 비추어보면 정말 이상하긴 하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급격한 그래프를 보이는 한국에선 노인 복지 시스템 확충이나 고령 친화적 환경 구축에 대한 공론화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최근 치매 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의 확대를 공표한 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잘 일하고 있는 정도. 내년부턴 고령사회, 9년 후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 급격한 변화로 받는 충격을 완화시켜줄 쿠션이 지금부터는 준비돼야 하지 않나.


우리 한국사회가 뽀개야 할 가장 큰 산은 책에서도 누차 언급한 '연령에 대한 편견' 인 듯하다. 
얼마전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노인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대화를 접했다. 나름 편견과 차별에 민감한 카톡방이었는데도, 노인에 대한 혐오는 사실처럼, '실제로 좀 그렇잖아'라는 말에 힘이 실려 오고갔다. 시민의식에 대한 논의를 나누거나 교육을 받았을 리 없는 세대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재단하고 충실하게 선 긋기 하고 있었다. 우리 노년의 모습은 분명 그들과 조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잘 닦아놓은 세대 간 대화 창구와 면밀하게 계획한 생애주기별 보장제도 없이는, 우리도 쉽게 배제당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좀더 관심 가져야 하는 게 맞다.  
  
(물론 노후설계랄 게 전혀 없는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은 없다.) 
 
책에서 메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앙코르 커리어 기간'으론 충분치 않다.  그보다 젊을 때에 여러 번 '앙코르' 를 거쳐봤어야 노년기에도 도전하고 얻어내기 쉽다. 더 좋은 방법은 의외로 '커뮤니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노인을 위한 저축 정책, 도시 설계, 의료 지원...어렵기도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든다. 

누군가과 연결돼 있다는 소속감,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경험이 맞물리는 공간의 창조성, 비슷한 환경과 공감대로 꾸려나가는 가치지향성이야말로 노년기에 절실한 복지가 아닌가 싶다. 


*트레바리 국내이슈의 12월 토론도서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읽고 쓴 글입니다.

http://trevari.co.kr/club_groups/65


매거진의 이전글 달게 말하고, 쓰게 받아들이는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