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416 기억이다

세월호 5주기에 부쳐

by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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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되면 계기교육도 하고 리본도 만들고 하긴 하지만, 교사들에겐 이날이 그렇게 특별할 게 없다. 학교 일상 속에 416이 빼곡히 스며 있다.

매년 체험학습 계획 세울 때 촘촘하게 개선된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숙박형 체험학습은 위원회를 꾸려 심의를 거치고, 학부모 동행해서 답사도 두 번씩 가고, 안전지도교사도 학생 인원 고려해 넉넉히 배치하고, 당일 아침이면 운전기사님 음주 여부도 판단하고 그런다. 체험학습 가면 가장 처음 하는 활동이 대피훈련이다.

일 년에 화재대피훈련, 재난대응훈련, 심폐소생술 교육, 교통안전교육 십수 번 한다.

매일 퇴근할 때면 교실 점검일지에 콘센트는 뽑았는지, 소등은 했는지 체크하고 나온다. 추운 겨울에도 전열기구는 사용 못하게 돼 있다.

3학년엔 생존수영이 교육과정에 들어와 있어 매년 15시간 내외로 수영을 가르친다.

1-2학년을 중심으로 '안전'이 교과로 들어와 있고 전 학년이 생활안전 재난안전 신변안전 교통안전 직업안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무엇이든 캐뤼스마 있게 "나만 믿고 따라와"라며 교실에서 짱먹던 스타일이었는데, 5년 전을 기점으로 "나를 포함해서, 어른들 말 잘 듣는 게 답이 아닐 수 있어."라는 선택지를 먼저 주게 됐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다.

지난 고성 산불 때도 현화중 아이들이 잘 대피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교육과 연습 덕분일 터다. '혹시 모를 위험'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 이해, 안전을 말할 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일상 속 위험에 대한 경각심, 지금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갖고 있다.

미안하게도 그 아이들이 참 많은 걸 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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