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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Jan 14. 2020

저격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태재와 에세이 드라이브 2기에서 쓰다

   / 고운

친절은 공짜처럼, 미소는 헤프게 쓰는 걸 좋아합니다.

덩실덩실 춤추듯 걷되 정면을 응시하며 살고 싶어합니다.     






 “요즘에도 그렇게 말해요? 꼰대는 둘째치고 촌스럽다 쫌.”

 그 분 들으라고 하는 말을 다른 데 보고 던진다. 다행히 다른 분들이 열심히 맞장구 쳐 준다. 거봐, 당신 꼰대 맞잖아. 그런데 이상하다? 그 분도 맞장구를 같이 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찔려하고 역정 내야 맞는데. 왜 당신까지 맞아맞아 해주는 거야...     



 이런 일이 적잖으니‘세상 사람들 참 눈치 없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시시콜콜을 잘 들어주는 이에게 이 일화를 조잘거리니 그이가 그런다.

“저격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대부분 그 저격에 실패하는 거 같아. 오히려 힘 빼고 그냥 썼는데 정조준으로 먹혀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오, 맞는 말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이어서 그가 묻는다.

 “왜 저격을 하는 것 같아 너는? 그냥 말하면 되는데 한 번 꼬고 돌려서 전하는 거잖아.”     



 그렇다. 저격은 정면승부하기 어려울 때 쓰는 방법이다. 두렵거나, 상대가 강하거나, 역공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이야, 촌스러운 건 나였네. 성큼성큼 가서 ‘당신의 말이 설렜어요, 상처였어요, 기뻤어요, 아팠어요’하면 되는데, 그 뒤에 돌아올 대답이 두려워서, 당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던져보다가, 이번 판이 아닌 것 같으면 홀라당 발 빼기를 반복하는 게 내가 상대를 가늠하는 방식이었다. 사랑받고 싶다. 엄밀하게는, 미움 받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이 나를 겁쟁이 저격쟁이로 만든 거겠다.     


 

 그런데 겁내는 습관에 관성이 붙으면 제일  좋은  진솔한 대화가 요원해진다는 거다. 겨냥하고 가늠해서 헤아리는 방식으로 대화하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관성에 균열을 내지 않으면 항상 상대와  정도의 거리에서 서로를 어림잡아 이해할 .


 게다가, 그렇게 변화구 쓰지 않아도 어차피 대화는 항상 실패한다. 내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지도를 상대는 볼 수 없으니까. 그러니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전달받고 싶으면, 역시 직구여야 한다. 위력도 제일 세다. 다만, 상대에게 잘 읽힌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것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일 테다. 자신에게 자신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그래도 관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내가 비겁한 채로 다시 그이에게 물었다.

 “저격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저격하는 기술은 없을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는 듯이 깔깔 웃으며 대답해준다.

 “글쎄, 나도 늘 돌려 말하다 실패하는 사람이라. 도움 못 돼서 미안하다 야.”    

 

 도움을 받지 못하고 더 생각해봤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나마 그간 한 일은 우선순위를 세운 것이다.

 1. 우회해서 전달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잔치레 다 걷어내고 알맹이만 담백하게 직접 전달하려고 마음먹어 보자.

 2. 그게 어렵다면 그냥 하지 말고 참는다.

 3. 참아봐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면 그 사이에 여물어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한 번 알맹이만 담백하게 직구로 전달해 보자.

 4. 그러기 어렵다면 다시 참아 본다.

 5. 3부터 다시 읽는다. 반복. 

    

혹시 방법을 알게 되면 공유하겠다. 이상.



meghancarroll님 그림을 배경으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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