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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Jul 06. 2020

교육은 사회를 바꿀 깜냥이 될까?

트레바리 국경:교육에서 함께 읽다

교육과정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진즉부터 알았다.


국정교과서 한 페이지 작은 삽화에 어떤 사진을 실을 것인지 결정하는 일에도 유관 집단의 피나는 민원과 압력 행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안다. 통일교육 10시간, 독도교육 10시간, 성교육 15시간이니 하는 필수 이수시간이 법령에 정해져 있는 것도,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에 관련 단체가 얼마나 자주, 많이 참석하여 거세게 주장하고 항의했는가와 관련이 깊다는 것도 안다.


다문화교육이 이토록 강력하게 초중고 교육과정에 자리잡은 배경엔 (물론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컸겠지만) 날로 심해지는 저출생이라는 국가 재난 앞에 떨어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있었다. 수학 교과서에 당최 왜 반복되는지 모르겠는 질문이 문제마다 달려 있다면, 그건 그 질문을 수학교육 내에서 너~무 중요하다는 논문을 쓴 교수가 집필진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교육이 곧 정치의 현장이다.

책에서는 저항정신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을 해나가기를 주창한다. 하지만 한국 교사는 헌법에 명시된 정치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정당 가입이나 후원도 못하게 되어 있다(정치자금법 제8조 제1항). 공무원 신분을 떠나 시민 개인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거 아닌가.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는 공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공적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얼마든지 정치활동을 하도록 허용한다. 프랑스 지방의회 의원의 절반은 교사 출신이다. 더욱이 검찰은 2011년 지지하는 의원실에 오천 원에서 만 원씩 정기후원을 하던 전교조 교사 1800명을 적발해 기소하기도 했다(비슷한 시기 한나라당에 수천 만원 후원했던 교장들은 슥 봐주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율배반적).


이런 사정이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척 보수적으로 해석해, 특정 정당을 언급하거나 정치 이슈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일조차 극도로 꺼린다(초등 한정, 중등은 모름). 아직도 세월호 계기교육을 하지 말라는 관리자가 많고, 꼭 교육을 하고 싶거든 노란리본 만들기만 해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하기도 한다. 정치 단원이 6학년 1학기 절반을 할애하는 차시를 확보하고 있지만, 수업시간은 단순 암기과목처럼 흘러가곤 한다. 다들 안-전한 콘텐츠만을 엄-선한다.


물론 이 의무는 공무원을 정치적 홍보 도구로 악용해왔던 자유당 이승만 정권에 대한 반성으로 신설했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 헌데 아직까지? 민주시민 역량을 길러주겠다고 민주시민 교과서를 열심히 찍어낼 게 아니라 교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가뿐하게 입을 털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직무를 이용해 과도하게 정치적 무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이제 시민들의 감시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의 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 묻기 전에, 이 교육현장이 사회를 바꿀 논의가 이루어질 만큼 이데올로기 각축장이 될 여건을 마련한 상태인지 물어야 한다.



덧.

뭐, 그래도 밝게 보자면 2009' 이후부터 교육과정 자율화 추세다. 교육내용의 대강화가 확대되는 등 점차 국가가 일률적으로 특정 가치나 입장을 주입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도 아웃박스에 대한 주된 민원은 '편향된 이념교육을 하고 있다'는 워딩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난 젠더교육의 ㅈ도 꺼낼 수 없었을 터. 교사 개개인의 역량이 점점 중요해질 테고, 그런 만큼 어떤 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르친다는 표현도 유효하지 않겠지만)가 중요해지니 위에서 말한 그 '여건'에는 교사의 역량 육성도 포함될 거다. 나는 젠더교육으로 편향된 정치이념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 공감, 공존을 함께 배워나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다니지만, 기동님이 나보고 언제 정치하냐고 놀리는 걸 보면 다양성, 공존, 연대와 같은 가치 역시 새로운 이데올로기인가...그렇다면 나는 편향된 정치이념을 전수하고 있는 것일까...유유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이데올로기라고 여기는 게 무엇인지 찾고 그것과 젠더교육의 교집합을 늘려가면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다.


국경 멤버들이 사회 변혁을 가져올 만한 새로운 관념이 무엇이라 여기는지, 그것이 교육과 만나고 부스터를 달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2020.06.18.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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