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국경:교육에서 5월에 함께 읽다
책의 아쉬운 점은 다른 멤버들이 면밀히 짚어주셨다. 과잉 일반화, 논리 점프와 구멍,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해 끌어온 사례들, 모두 저자들의 입장이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새로울 것 없는 데다 스스로가 비판했던 점들이 대책으로 등장하는 모순, 애교심을 키우자 등 쌩뚱맞은 아이디어, 렛그로우나 FIRE 홍보성 멘트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의미있었다. 저자들이 비판하는 정체성 정치, 우리와 그들 가르기, 소수자 보호에 대한 민감함, 표현에 대한 예민함, 은밀한 개념 확장, 권력의 교차성 따져 백인 이성애자 남성 패기, 어퍼머티브 액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것들이 있고,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지나치게 중시한다고 평가받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
맥락을 세세하게 고려하다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놓치지 않을까, 소수자성에 대한 존중을 논하다 희생자와 압제자 프레임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건 아닐까, 예민한 살핌에 집착하다 자유로운 토론의 기회를 놓치진 않을까 늘 고민이 많은데 뼈를 맞는 기분으로 저자들이 비판하는 지점들을 새겼다. 책 초반의 주장들이 주로 그랬다. 칼과 톱, 적의와 냉엄한 현실에 더욱 강인해지도록 우리와 아이들을 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수많은 문장들.
그럼에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절박하거나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납작한 해석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표현'을 조심하기를 바라는지, 과격한 대응들은 정녕 주류의 반응인지 혹은 소수의 일부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지, 어퍼머티브 액션이 역차별 이슈를 안고서도 시행되는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더 있었다면 좋았겠다.
이를 테면, 적극적 조치는 사회의 차별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특수 조치 아닌가. 인식이 바뀔 때까지 2-30여년 간 정책을 유지하다 의미가 없어지면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 등장한 여학생 스포츠 동아리가 역차별이라는 사례 등은 참 아쉬웠다. 스포츠에 일찍이 유입되어 즐길 환경이 부족했던 여학생 스포츠 동아리는 최소 10여 년은 잘 굴러가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당장의 현상만 보고 불필요한 역차별을 무리해서 손해보며 시행하고 있다고 보는 인식은, 교육의 타임라인을 너무 짧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같은 관점에서 플랫폼이나 전자기기 제한을 대안으로 꼽은 것도 특히 아쉬웠다. 교육을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회복탄력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책이었기에 더 그랬다. 미디어보다 통제하는 어른이 더 폭력적일 수 있다. 대안의 최소한은 건강한 디지털리터러시 육성이었어야 한다. 2009년이 아니라 2019년에 나온 책이니까.
(...그리고 다양한 토론과 생산적 충돌, 작은 리스크 등을 많이 경험케 하고 싶어도, 민원과 학폭과 ... 여기까지만 하겠다...한국이나 미국이나 과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보다 거대한 규모로 인식 개선과 환경 조성이 필요한데, 대안이 개인적 차원에 중점을 두고 제시되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을 거라 본다.)
*표지에 Heather Dutton의 그림을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