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항상 그 자리

by 이수빈

헌사

-항상 그 자리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0역 2번 출구 명랑핫도그 사장님,

한 치의 오차없이 적당한 반죽을 잡아낼 수 있는 그대의 손과 적당한 튀김의 시간은 '고구마통모짜'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을 만들어냅니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바삭함과 고소함은 아침부터 수업에 치이고 굴러다닌 저를 천국으로 인도해줍니다

00대학교 학생식당 주방장님,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솥을 불 위에 올려놓으시는 당신의 재바른 손은 주말 아침의 굶주린 저를 배부르게 하고 하루를 살아갈 원천이 되어줍니다

00고등학교 송00 선생님,

그대는 언제나 그렇듯 파아란 칠판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계시겠죠?

말 안 듣는 학생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귀찮아하면서.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들이 있기에

저는 오늘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19.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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