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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o Nov 29. 2020

자유로운 사람이 부자다

주식 투자를 한 지 세 달 정도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고 당부한다. 그럴 때마다 주식은 도박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하지만, 이미 한 번 새겨진 이미지를 바꾸기란 어렵다. 사실 나도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정확히는 욜로를 지향했다. 언제 쓰고 죽을지도 모를 돈을 모으는 것보다야, 지금 당장의 재미를 취하고 싶었다. 그 편이 좀 더 철학적이었고, 멋있게 느껴졌다.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거정하는 것보다야, 당장의 오늘을 사는 게 더 멋스러웠다.

이 생각이 깨진 건 유튜브 한 편 때문이었다. 그곳에 등장한 투자 전문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부자되기를 ‘포기했다’고 말한다. 동시에 부자가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대중들에게 부자가 되기란 불가능이다. ‘돈이 돈을 낳는다’라는 말이 있듯, 부자여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전문가 존 리는 부자는 천천히 되는 것이며,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나는 그의 논리에 매료되었고, 망치로 머리를 크게 맞은 듯 했다.

나는 욜로를 적절한 차안 정도로 생각했다. 젊은 세대들은 너무 많은 부조리를 겪었다. 입시부터 취업, 크게는 정치까지, 세상에는 부정부패가 넘쳐난다. 내가 열심히 살아도 결국은 있는 놈들이 큰 판을 벌인다. 세상은 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잘 나가는 부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부모가 부자이거나, 조부모가 부자였다. 젊은이들은 그들을 보며 실망했고, 세상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돈을 모아도 큰 부자는 될 수 없으며, 행복한 미래는 보장되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부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굉장히 합리적인 태도다.

그러나 존 리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하며, 포기하지 않기를 권한다. 걱정 어린 그의 태도에서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욜로가 기득권층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우리에게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삶이 고된 이유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욜로는 분명 노력론에 대한 반란이었다.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되니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더 나아가 부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에 대한 증명이다. 하지만 부자의 입장에선 결국 부자가 되지 않겠다는 말이다. 부자는 자신의 파이를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기쁜 소식이 또 있을까?

욜로 역시 부자됨을 포기했지만, 존 리가 하는 말과는 분명 다르다. 욜로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태도다. 그러나 존 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태도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는 정신병자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해서 가진 재주도 없다. 도저히 부자가 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세상 잘난 사람들 가운데, 내가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욜로는 그저 도망침일지도 모르겠다. 신 포도를 등 돌린 여우처럼, 이 세대는 부자로부터 도망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존 리를 통해 나는 다시 부자를 노래한다. 그저 돈을 좇겠다는 게 아니다. 진정한 부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당장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자. 사고를 수습하고 입원비까지 있는 사람에게, 돈은 고통이 아니다. 그만한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돈이 문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좇아야 한다. 하지만 진짜 부자는 돈을 좇지 않는다. 진정한 부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결국에는 마음가짐의 문제다. 부자가 되는 법이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다. 어제보다 오늘 돈이 많다면, 나는 이미 부자가 되는 중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일획천금을 노린다. 다들 지름길을 통해 부자가 되려고 한다. 분명 정도가 있을텐데, 그만큼 힘들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나는 감히 정도를 걸으려고 한다. 그렇게 천천히 분명 부자가 되려 한다. 돈에 묶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나는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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