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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15. 2021

생각하는 책과 생각하지 않는 책

발단


얼마 전 학자나 교수를 적절히 드러낼 수 있는 비유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책’이라는 사물이 번뜩 떠올랐다. 책은 지식을 담고 있으며, 학자나 교수 또한 지식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는 책


우리가 보통 ‘책’ 하면 떠오르는 사물, 즉 종이로 되어 있고 그 안에 무수한 활자가 찍혀 있는 사물은, 수많은 지식을 담고 있지만, 그 자체로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책은 생각을 담고 있지만 그 자체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물을 ‘생각하지 않는 책’이라고 불러보자. 이러한 표현은 너무도 당연하여 동일한 말의 되풀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이어 나올 ‘생각하는 책’이라는 표현과 대비해서는 단순 반복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책


보통의 책과 구별하여, 학자나 교수를 가리켜 ‘생각하는 책’이라 표현한 것이다. 학자나 교수는 그 머리에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보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시 말해, 학자나 교수는 지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정하거나 폐기하거나 대체한다. 지식에 대한 이러한 일련의 처리는 모두 생각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생각하는 책’은 ‘생각하지 않는 책’에 비해 ‘생각이라는 절차’를 더 가진다. 물론 둘 다 책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생각하는 책’의 교육적 가치


사람들은 보통 ‘생각하지 않는 책’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서가에 꽂혀 있는 무수한 책들에 들어가 있는 지식을 자신의 머리에 이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단계에 머문다면, 사람들은 다만 책의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며, 사람들의 머리는 단지 일정한 책들을 편집해 둔 공간에 불과하다. 그 단계에서 더 나아가 ‘생각하는 책’이 되고자 한다면, 사람들은 책에 담긴 내용을 자신의 머리로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써 책에 담긴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 폐기, 대체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의 출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목표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으로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책’은 ‘생각하지 않는 책’을 만들며 ‘생각하는 책’과 만나 끊임없이 서로를 자극하여 변화해 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AI 이야기로 들끓는 이 시대에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책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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