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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28. 2021

따로 또 같이

나와 가족

우리 가족은 달랑 셋인데 음식을 따로 먹는다. 내 음식은 내가 하고 아내는 자신의 음식과 아들 음식을 만든다. 각자의 음식은 각자 먹기 편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갖춘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한 식단이다.


밥도 아내 밥, 아들 밥, 내 밥이 성분과 양에서 모두 다르다. 각자의 밥을 해서 용기에 담아 식혀 모두 냉동 보관하여 필요한 때 꺼내 덥힌다. 밥할 때만 밥솥을 켜기에 전기세도 줄고 밥 맛도 늘 새 밥 같다.


먹는 내용이 다를뿐더러 먹는 시간도 다르다. 가령 아침의 경우, 아내는 일어나자마자 일찍 먹는 편이고 아들은 유치원에 늦지 않도록 7시 30분에는 시작한다. 나도 아들과 비슷한 때 먹는다.


유치원 등하교도 형편에 따라 아내와 교대로 한다. 아침에 내가 데려다주면 오후에는 아내가 데리러 간다. 가끔 둘이 같이 가는 날이면 아들도 좋아하고 유치원 선생님도 반가워한다.  


노는 것도 셋이 함께 할 때는 드물다. 휴일 오전에는 나와 아들이 장난감을, 오후에는 아내와 아들이 책을 가지고 논다. 오전에는 아내가, 오후에는 내가 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필요할 때 장도 따로 본다.


같이 있지만 따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 셋이 함께 할 때는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집에서 치킨이나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고, 근처 개울가에서 산책을 하거나, 차를 타고 쇼핑몰에 들러 물건을 사기도 한다.


잠들기 전 아내와 나누는 대화는 때론 두세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 속의 감동과 교훈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며 희망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잠을 자는 때와 곳도 모두 다르다. 아내와 교대로 아들을 7시에는 제 방에서 재운다. 나는 밤에, 아내는 새벽에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대화가 끝나고 나는 새벽에 공부방에서, 아내는 밤에 안방에서 잔다.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자유를 느끼며 셋이 함께 하는 시간이 각별한 삶을 좇아 우리가 도달한 삶의 양식, 따로 또 같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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