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세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성경이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글은 내가 쓴 글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고, 내 글은 내가 쓴 글이니 나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나는 글로 그 세상을 해석한다. 해석은 세상을 나로서 이해하는 것이니 내가 이해한 세상은 원래 만들어진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다시 창조된다.
내가 나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 하나님께서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어 놓으신 것이라면, 세상의 창조는 나의 해석에 의해 비로소 완성이 된다. 나는 글로써 해석하니 글은 다시 태어난 세상이다.
글이 아니라면 그렇게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없다. 많은 학자들은 음성언어가 본질적이라고 더 좋아하지만 나는 문자언어가 본격적이라서 더 좋다. 나는 문자언어로 해석한다. 그게 글이다.
내가 쓴 글은 다시 창조된 세상이다. 글이 껴안고 있는 만큼이 내가 들어가 사는 세상의 크기다. 미처 글로 정리되지 못한 세상은 잠깐 왔다 사라지는 영감이며, 붙잡을 수 없는 바람이고, 다시 오지 않을 환영이다.
하나님께서는 외양이 아니라 속사람을 보신다. 글은 정직해야 한다. 남을 현혹시켜도 하나님께는 곧 들통이 날 테니. 글을 쓰는 매 순간 온전히 나여야 한다. 내가 바뀌면 글이 바뀌고 글이 바뀌면 내가 바뀐다.
나는 글을 짓고 세상을 창조하며 다른 이의 글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