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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15. 2021

지금, 고독이라 불리는 나에게

지금,

고독이라 불리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낮에 옷깃을 부비고 지나가던 바람도

밤에 별빛을 막아서는 그림자도

모른다.

마음을

답답한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쏟아낼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것도 같은데

이 순간

나는 모든 언어를 상실한다.


입 끝에서 떨어지는

모든 말들이

그저 변명처럼 여겨질 때

난, 나로부터 떠나고 싶다.


그러나

나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떠날 수 없다.


내가

나일 수밖에 없으니.


난 시방 혼자다.

그래서 나다.

그러니 나이자.


지금,

고독이라 불리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고독한 내가

고독한 나에게

쓴 편지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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