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독이라 불리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낮에 옷깃을 부비고 지나가던 바람도
밤에 별빛을 막아서는 그림자도
모른다.
마음을
답답한
내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쏟아낼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것도 같은데
이 순간
나는 모든 언어를 상실한다.
입 끝에서 떨어지는
모든 말들이
그저 변명처럼 여겨질 때
난, 나로부터 떠나고 싶다.
그러나
난
나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떠날 수 없다.
내가
나일 수밖에 없으니.
난 시방 혼자다.
그래서 나다.
그러니 나이자.
지금,
고독이라 불리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고독한 내가
고독한 나에게
쓴 편지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