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마치 마른 수건을 짜서 물기를 얻는 것과 같다. 전혀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을 바라고 바라서 드디어 정말 눈앞의 현실 작품으로 만들어 놓고야 마는 것이 창작의 고통이다. 예술에서만 창작의 고통이 필요한 건 아니다. 논문이나 전문 서적의 출간 또한 창작의 고통을 요구한다. 세상에 없던 것을 적은 게 석사논문이고 박사논문이다. 박사논문은 아예 무언가에 대한 새로운 체계, 일가를 이룰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마른 수건을 짜는 대신 적당히 젖어 있는 수건을 짜기에 바쁘다. 한 번도 시도되거나 생각조차 되어 본 적이 없는 주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 잘해 오던 것, 조금만 짜면 금방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검증된 것들만 쥐어짜고 있다. 대학이, 정부가, 사회가 그것을 요구한다. 원천 기술이나 최초의 생각은 그렇게 젖은 수건 짜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느 분야에서나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지닌 채 마른 수건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마른 수건을 마음껏 짤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