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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Oct 20. 2021

흐르는 물처럼

마을 한가운데를 개울이 흐른다. 물 흐르는 걸 보노라면 도대체 저 물은 어디서 저렇게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또 이렇게 흐르는 물은 어디로 가는지도.


개울을 따라 오르면 산이 나온다. 해발 천 미터도 못 되지만 넉넉히 마을을 굽어보며 품어준다. 그렇다. 물은 비로 내려 산을 적시고 산은 그걸 머금었다가 천천히 내놓는 것이다.


글도 그렇지 않을까? 생을 살아가며 온몸으로 생을 들이켜고 소화되는 대로 천천히 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채 소화가 되지 못한 삶은 글로서도 뭔가 아직 어색하고 풋풋하다.


그 많은 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개울은 강으로 모이고 강은 결국 바다로 흐르겠지. 그 사이 채수되어 수돗물로 각 가정을 방문하여 누군가의 목을 축여 주기도 하겠지.


그렇다. 나의 글도 어느 개인의 머릿속에 작은 물기나 흔적을 남기겠고,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적시기도 하겠으며, 그렇게 겨레의 정신으로, 인류의 마음으로 흘러들어 가겠지.


흐르는 물처럼 내 글도, 내 마음도 오늘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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