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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Oct 28. 2021

새벽에 호올로

새벽에 홀로 일어나 라면 먹고 글을 쓴다. 아이가 밤에 깼다. 이틀 전부터 코가 막히더니 오늘은 열이 나서 유치원에도 못 갔다. 저녁에 먹은 것을 모두 게워 내고 깨어 울었다. 튼튼한 아인데, 며칠 전 독감 주사도 잘 맞았는데 이유를 알 수 없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 다독여 재워도 안 잔다. 엄마를 찾아 엄마가 다행히 재웠다.


 주일 전에 눈을 다쳤다. 왼쪽 눈을   수건으로 닦았다. 저쪽에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이가  앞에서 갑자기 아빠 하고 부르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아이가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대체 휴일이어서 병원도  가고 하루를 그냥 보냈다. 다음날 찾은 안과. 각막이 많이 찢어졌다고 했다. 먹는 약과 안약을 처방받았.


아프고 뿌연 것은 많이 가셨지만 상이 겹쳐 보이는 증세는  기미를 보이지 .  주가 가고  주가 가도 여전히 그렇다.  회복은   넘게 걸리기도 한댔다. 노안까지 와서  그럴 수도. 눈이  구실을 못해 주니 여간 불편한  아니다. 눈이 소중하다는  다시 깨닫는 시간들이다.


아버지는 어렸을  사고로 왼쪽 눈을 잃으셨다. 그렇게  하나로 살아오신 것을 어머니도 모르셨다. 그걸 알게   자식들과 어머니는 . 불쌍한 사람 같으니라고. 어머니는  무릎을 잡고 우셨다. 아버지는 그날  편안히 주무셨을 것이다. 마음의 짐을 눈과 함께 내려놓으셨을 것이다.


나도 사고로 왼쪽 눈을 잃을 뻔했다. 대학교 삼 학년 때 교통사고가 나서 코가 부러지고 안경이 깨졌다. 출혈이 너무 심해서 비가 많이 온 그날 머리와 얼굴, 옷가지가 모두 붉게 물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용감하게 나를 안고 응급실로 갔다. 알고 보니 같은 학과 연극반 선배들이었다. 고마웠다.


아이 왼쪽 눈에 다래끼가 났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쯤 생겼었는데 낫는가 싶더니 계속 재발. 소아과선 별로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놔두었다가 결국엔 안과를 찾았다. 먹는 약과 연고를 받아왔다. 많이 나아져서 이젠 연고 바르는  중단했다. 그러고 보니 왼쪽 눈과 얽힌  아버지, , 아들 이렇게 삼대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시력으로  불편했지만 글은  많이 나왔다. 뭔가 부족하고 아래로 꺼진 것이 있으니 생각의 물이   고이는  같다. 그래도 잠은  잤어야 했는데 너무  잤다. 그래서 회복이 더딘 것이기도  것이다. 아이가 아파 잠에서  나는 지금 이렇게 홀로 라면 먹은 배를 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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