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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Dec 15. 2021

글 쓰며 드는 생각

브런치에서 글쓰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쓴다

그래서


우선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


고생스럽지만 글로 낳은 생각을

저만치 두고 바라보는 게 재미있다


그다음 드는 생각은

걱정된다!


취미 같은 것에

너무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다음 드는 생각은

위험하다!


글쓰기도 중독이 되어

잠이나 일을 갉아먹어 주객전도가 종종 일어난다


지금 드는 생각은

잘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게 생각을 쓰는 것이므로

밥 먹듯 매일 삶을 되씹어 보게 된다


나중에 들 것 같은 생각은

많이 컸다!


하고 싶었던 생각을 다 쓰고 나서

할 엄두도 못 냈던 생각을 더 쓰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쓰련다



오늘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석 달이 찼습니다. 이전에 브런치를 알고는 있었지만 가입하여 직접 글을 올리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글은 혼자 조용히 쓰는 게 제격이고 그렇게 어느 날 글들이 모이면 나만의 문집을 조촐히 내어 그걸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학문과 꿈,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생각했었습니다. 


첫 브런치 북에 실린 21편의 글은 거의 10여 년에 걸쳐 쓴 것들입니다. 일 년에 두 편 정도 쓴 셈이니 참 천천히 글을 썼던 편이죠. 그런데 브런치에 가입하고 나서 세 달 만에 이 글까지 합쳐서 232편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중 전에 써 놓은 게 58편이니 새로 쓴 건 174편입니다. 하루 평균 두 편 꼴로 쓴 것입니다. 할 일 다 해 가며 쓰다 보니 잠도 많이 줄이고 원래 계획했던 전공 서적 집필마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죠. 적지 않은 비용을 감내하며 나만의 글쓰기를 해 온 셈입니다. 제가 원래 논문이나 책도 다작인 편이긴 하지만 하루 두 편의 글은 무척 힘에 겨운 일이어서 제 스스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짧은 글도 있고 좀 기다란 글도 있습니다만 모두 제게는 버리기 아까운 소중한 글들이죠. 


그렇게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만큼 내 세상도 넓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동시에 타인의 글들도 적지 않게 읽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정말 마음의 안식처 같은 글들도 만나고 해서 참 기뻤습니다. 제일 놀라웠던 건 글이 곧 진실된 삶 자체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실 속에 사랑과 배려와 인내가 넘치는 글들을 보면 제가 쓰고 있던 글들이 무색해질 정도였습니다. 저는 정말 좋은 글이나 논문, 책이 있다면 제가 굳이 그걸 다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에 자꾸 논문이나 책 그리고 글을 써 왔던 거죠. 그런데 브런치에 와서 진짜 그런 글들을 접하게 되어 많이 놀라기도 하고 기뻤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느덧 학기말이 되고 학위논문 심사와 시험 및 성적 처리 등으로 매우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글쓰기에 빠져 뒤로 미뤄놓은 연구 계획도 이젠 제대로 돌봐야 하는 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석 달 동안 문집 하나를 채울 만한 글이 모이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습니다. 물론 되새김의 과정이 꼭 필요할 듯합니다. 브런치에 글 올린 지 석 달이 된 이 시점에서 자그마한 이정표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날이 밝으면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심사 결과가 발표되겠죠. 모두들 내심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기다리고 계실 듯합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죠. 이런 경우, 기다림 자체가 제일 행복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나만의 문집을 내리라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내년에 주어지는 귀한 시간들 동안 연구와 삶 그리고 글을 더 잘 가꾸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작가님들과의 추억 모두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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