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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Dec 14. 2021

읽기와 쓰기

쓰기와 읽기

‘읽기’와 ‘쓰기’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


‘읽기’와 ‘쓰기’는 별개의 영역이며 정반대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해 왔다. 즉, ‘읽기’는 이해 영역이며 ‘쓰기’는 표현 영역이라 생각해 온 것이다. ‘읽기’는 이미 만들어진 텍스트 안에 주어져 있는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고, ‘쓰기’는 새로운 생각을 새로운 텍스트 안에 불어넣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쓰기’와 ‘읽기’에 대한 낯선 생각


‘읽기’는 ‘쓰기’이다 


그러나 ‘읽기’는 ‘쓰기’이며, ‘쓰기’는 ‘읽기’이다. ‘읽기’는 주어진 텍스트 내에 들어 있는 생각을 그대로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다. 해석학적으로 생각하면, ‘읽기’는 작자의 지평과 독자의 지평이 만나 지평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어진 텍스트의 의미가 생성되는 것이다. 즉, 독자는 그에게 주어진 텍스트의 의미를 생성한다. 텍스트의 의미 생성은 ‘쓰기’의 본질이다.


‘쓰기’는 ‘읽기’이다 


‘쓰기’는 새로운 생각을 새로운 텍스트 안에 불어넣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타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의 생각 정리 과정이라는 점에서 ‘쓰기’는 또 다른 읽기(타인의 생각 읽기)이며, 나의 생각 정리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쓰기’는 또 다른 읽기(자신의 생각 읽기)이다. 타인과 자신의 생각 정리 과정이라는 것은 곧 읽기의 본질이다.


의미의 관점에서 본 ‘읽기’와 ‘쓰기’

 

결국, ‘읽기’는 본질적으로 ‘쓰기’이며, ‘쓰기’는 본질적으로 ‘읽기’이다. 글자를 읽으니 ‘읽기’이고 글자를 쓰니 ‘쓰기’라고 부르지만, 글자 뒤에 숨어 있는 의미의 생성과 독해에서는 둘의 자리가 바뀐다. 글이 존재하는 것이 글자를 위함이 아니고 의미를 위함이라면 이와 같은 자리 바뀜이 더 근본적인 자리매김일 것이다.





읽기 & 쓰기

reading & writing of letters

generation & interpretation of meaning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

다시,

산은 산인 동시에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인 동시에 물이 아니로다


이런 화두 같은 게 떠오릅니다.

물론,

읽기는 읽기이고 쓰기는 쓰기입니다.

그걸 그저 부정하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읽기 속에 존재하는 쓰기의 속성을,

쓰기 속에 존재하는 읽기의 속성을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읽기가, 쓰기가  풍성해질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저 위에 있는 화두도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읽기는 읽기요, 쓰기는 쓰기로다

읽기는 읽기가 아니요, 쓰기는 쓰기가 아니로다

다시,

읽기는 읽기인 동시에 읽기가 아니요

쓰기는 쓰기인 동시에 쓰기가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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