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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Nov 07. 2021

선물하지 않는 사이

우리 부부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을

부부 사이에서도

엄격 지킨다


선물을 무기로,

회유책으로 쓰는

법이 없다


필요하면

그냥 알아서

스스로 산다


예전에는 사도 

하고 물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생략한다


살 때는

가성비, 가심비, 가계비까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둘 다 성격이 급해서

사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사실은

상대방이 빨리 사서 얼른 기쁘게 쓰는 걸

보고 싶어서다


그 기쁨을

내가

컨트롤하고 싶지 않아서다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선물하지는 않는다

살림이 거덜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웬일로 아내 생일에 선물 꾸러미를 주었다

열 가지 중 한 가지만 골라 머리에 띠었다

나머지는 아들 장난감으로 쓰이고 있다


역시 몇 천 원짜리 선물이라도

본인이 직접 골라야 한다니까

그게 진리다, 우리 집에선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너무 큰 선물을 주고받아 다른 건 시시해서일 수도 있다

선물이 선물에게 줄 또 다른 선물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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