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을
부부 사이에서도
엄격히 지킨다
선물을 무기로,
회유책으로 쓰는
법이 없다
필요하면
그냥 알아서
스스로 산다
예전에는 사도 돼
하고 물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생략한다
살 때는
가성비, 가심비, 가계비까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둘 다 성격이 급해서
사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사실은
상대방이 빨리 사서 얼른 기쁘게 쓰는 걸
보고 싶어서다
그 기쁨을
내가
컨트롤하고 싶지 않아서다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선물하지는 않는다
살림이 거덜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웬일로 아내 생일에 선물 꾸러미를 주었다
열 가지 중 한 가지만 골라 머리에 띠었다
나머지는 아들 장난감으로 쓰이고 있다
역시 몇 천 원짜리 선물이라도
본인이 직접 골라야 한다니까
그게 진리다, 우리 집에선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너무 큰 선물을 주고받아 다른 건 시시해서일 수도 있다
선물이 선물에게 줄 또 다른 선물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