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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Feb 26. 2022

대학원 졸업하기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현직 교수가 알려주는, 대학원 다니면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5. 대학원 졸업하기

  5-1.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일련의 절차

  5-2. 학위논문은 몇 부나 찍을까?

  5-3. 석사만 할까, 박사도 할까?

  5-4. 대학원 꼭 가야 하나?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일련의 절차


대학원의 시작과 끝, 입학에서 졸업까지 한 번 전체적으로 짤막하게 요약해 볼 시점이 왔다. 제일 먼저 면접 준비이다. 대학원 면접 준비라고 하면 매우 막연하게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구체적인 연구 주제를 생각하고 그와 관련한 선행연구를 파악하여 의의와 한계를 짚어내고 앞으로 자신만이 구축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마련하면 된다. 검증은 대학원 들어오고 나서 하는 것이고 우선은 싱싱한 착상이나 발상이 중요하다. 대학원 면접 준비 이후에는 면접을 보는 단계가 주어진다. 어느 일에서든 면접은 떨리고 무섭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과의례는 불가피하다. 입학하면 나를 가르쳐주실 분들이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가족을 먼저 만나보는 심정으로 임하면 어떨까 싶다. 이제 입학을 하고 나서 수업을 듣고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게 된다. 대학원 시절의 꽃은 논문 쓰기와 함께 역시 수업 듣는 게 아닐까 한다. 수강을 통해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그분들의 인생과 학문에 빠질 수도 있으며 압도적인 학문의 깊이와 폭을 느껴볼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길을 먼저 걸어간 분들의 이야기는 내 당장의 삶의 지침이 되어줄 수도 있다. 아울러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동기와 선후배들과의 만남도 빠질 수 없다. 어차피 인생은 모두 사람 사이의 일이다. 아무리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동료들과의 소통은 불가피하다. 정말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어디서나 어려운 일. 그러나 가능할 수도 있다. 나는 수업 들으면서 만난 교수님들을 그러한 친구로 삼게 되었다. 그분들은 학문의 스승이자 친구들이었다. 물론 내가 깍듯이 그분들을 모셨지만, 그분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학문의 세계로 이끌어 주셨다. 교수님을 친구로 둘 수만 있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다. 그때 들은 말씀과 가르침이 지금 내 학문의 살이고 뼈가 되어 있다. 이제 학위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한다. 학위논문 심사 이전에 예비 발표가 있다. 그때 논문의 반 이상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최종 결론은 아직 나와 있지 않더라도 일단 제목과 주제, 선행연구 검토와 연구 방법, 연구 방법의 실제 적용 및 그 결과 일부는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은 지도교수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다음 예비 발표에서 통과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 석사는 3인, 박사는 5인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석사논문 심사는 1심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지만, 박사논문은 2심 이상이다. 학위논문 심사에서는 지도교수님은 당연히 들어오시고 석사에서는 대개 같은 학과 전공 교수님 두 분이, 박사에서는 외부 대학 교수님이 한두 분 더 들어오신다. 연구 주제와 밀접한 전문가를 모셔 오는 게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분들께 인정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학위논문 심사는 대개 1학기에는 6월 초, 2학기에는 12월 초에 마무리된다. 학위논문 최종본 제출은 심사 한 달 후쯤까지이다. 


학위논문은 몇 부나 찍을까?


이상의 내용 가운데 절차만 뽑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면접 준비, 면접, 수강, 논문 쓰기, 예비 발표, 학위논문 심사, 제출, 졸업. 이제 학위논문은 몇 부나 찍어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학생들은 대개 학위논문의 부수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심사해 주신 교수님들과 가족, 지인들에게 줄 요량으로 대개 20~30부 정도 찍는다고 생각한다. 석사가 대개 그렇고 박사는 그보다 한두 배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를 말한다면, 석사 때는 150부, 박사 때는 250부 정도 찍었다. 이런 말을 하면 학생들은 놀란다. 왜 그렇게 많이 찍었냐고. 여기서 한 가지만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학위논문은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명함 같은 것이라고. 사람들이 만나 통성명하고 나서 명함을 주고받듯이 학자들은 만나 서로의 학위논문을 주고받는다. 정확히 말해, 학위논문 최종본을 학교에 10부 가까이 제출하고 나서 나의 연구와 관련하여 논문에 인용된 분이나 학계의 중요한 학자들에게 부치게 된다. 학문적인 연구 업적이므로 학계에 나의 연구 결과를 알리는 것이다.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 따라서 학위논문은 학자로서의 나의 얼굴인 셈이다. 연구자의 얼굴에 해당하는 학위논문을 몇십 부 제본하여 심사위원과 가족, 일가친적, 지인들 몇 명에게 나누어 준다는 생각은 정말 너무나도 소박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비록 석사만 하고 졸업한다 해도 학계의 관련 인사들에게 보내드리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학위논문은 취직을 할 때에도 가장 중요하게 쓰인다. 대학원에서 발급해 주는 졸업증명서도 중요하지만, 석사논문과 박사논문 자체는 더 중요하다. 대학 교수 임용 지원에서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학위논문의 제목과 내용 자체가 그 사람의 진짜 전공이 무엇이냐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요즘은 박사논문의 경우 졸업한 지 오래지 않아 책으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걸 감안한다면 박사논문 부수를 좀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석사만 할까, 박사도 할까?


이 문제는 당장 돈과 시간이 드는 사안이므로 가볍지 않다. 대학원 등록금은 학부 등록금보다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 않다. 그리고 석사 기간이 빠르면 2년인데 비해 박사 기간은 빨라도 5년이다. 생각을 잠시 놓고 있으면 10년을 훌쩍 넘기기 쉽다. 1980년대까지는 석사학위만 있어도 교수가 되었다. 그래서 가끔 대학 교정에 어느 학과 어느 교수님이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석사를 하고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채 일단 교수가 되고, 그 이후 교수로서 살아가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사학위가 없는 채로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박사학위가 없으면 교수 임용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시절이 되었다. 석사는 양산되고 박사 또한 많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분위기이다. 예전에는 학계에서 획을 긋는 석사논문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박사논문에서도 그런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수를 희망한다면 반드시 박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만 하고 싶다면 반드시 박사를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대학원 꼭 가야 하나?


더 근본적으로 대학원이란 데를 꼭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에, 아니면 대학원 다니는 가운데서도 왜 대학원에 가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단지 배우는 게 좋아서라면 굳이 대학원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학원에 가면 교수님들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고 동료들과 함께 연구 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다르다. 교수님들과의 많은 소통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일단 교수님들이 너무 바쁘다. 강의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한다. 강의 시간 내에서조차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기회는 매우 적다.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에서는 일방적인 강의이므로 소통의 기회가 드물고, 학생 발표 위주의 수업에서는 발표 수업이라서 또 학생들과 교수 간의 소통이 어렵다. 강의 끝나고 나서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혹은 연구실로 직접 찾아가 이야기 나누고 싶어도 다음 강의하러 혹은 들으러 가느라 이야기 나누기 힘들다. 아무 때나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기도 쉽지가 않고 미리 면담 날짜를 잡는 것도 꽤나 어렵다. 지도학생이 지도교수와 면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강생이 교수와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은 오죽하겠는가. 교수님을 만나 인생 얘기를 나누는 것도 낭만적이겠으나 현실에서는 그럴 여력이 별로 없다. 전공 영역의 이야기 나누기에도 바쁘니 말이다. 대학원에 들어가도 대개의 경우는 책을 가지고 혼자 공부하게 된다. 수업 준비도 혼자서, 수업도 혼자서, 수업 듣고 정리하는 것도 혼자서, 기말보고서도 혼자서, 학위논문 예비 발표도 혼자서, 학위논문 심사도 혼자 들어가서 받게 된다. 대학원에 혼자 들어가서 혼자 걸어 나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과연 그러한 만남이 나의 학문에, 나의 인생에 어떠한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물론 학위를 따서 취직을 하는 데 쓰려는 목적이라면 이러한 고민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공부하고 싶어서라면 얼마든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책과 논문도 서점과 인터넷을 통하여 구입할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말 수준 높은 강의들과 콘텐츠들을 접할 수가 있다. 영국의 유수한 대학의 대학원에서 어느 교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대학원 등록금의 상당 부분이 수업 시간에 제시되는 참고문헌에 관한 정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참고문헌 목록은 모두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책에도 들어 있다. 그 교수의 생각이 궁금하면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강의를 한 번 듣는다고 그 내용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러번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책이나 유튜브 강의가 훨씬 더 유용할 수가 있다. 현대 언어학의 대가인 촘스키는 '전문가'라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누구나 그 방면에 관심이 있으면 책을 통해 해당 내용을 보고 이해하고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별이 더욱 더 약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마무리


이상으로, 대학원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몇 편의 글을 통해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추가하거나 보충하고 싶은 얘기가 아직도 많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원에서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의 일부는 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우선 왜 대학원을 가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공부 자체가 좋아서라면 굳이 대학원에 가지 않고서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다. 그러나 학위가 필요하다면, 학계에 진출하여 그것을 업으로 삼고 싶다면 대학원은 필수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대학원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면접 준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업 시간 특히 발표 때 보면 발표하는 학생은 다른 수강생들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학생이 동료 학생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정말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교수에게서이다.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학문의 길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수업 시간에 정말 열심히 듣고 질문하고 발표하면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래서 교수가 이끄는 연구 모임이나 세미나 같은 곳에 참여하게 되면 신세계가 열리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교수와 학문을, 인생을 논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대학원 시절을 겪으며 몇 분 교수님들과 그러한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 모른다. 수업 시간에 정말 열심히 임하며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어 학식은 모자랄지라도 학생의 열정과 지혜, 성실함은 교수 못지않을 수 있다. 열심히 하는 학생은 열심히 하는 학생을 부르고 그런 학생을 찾는 교수를 부른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교수는 함께 연구할 학생들을 늘 찾는다. 교수의 생각을 듣고 비평해 줄 학생을, 교수와 함께 새로운 연구를 개척할 학생을 늘 찾아 헤맨다. 교수의 연구를 돕거나 혹은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분이 꼭 나의 지도교수님은 아니어도 좋다. 소속 학과나 대학이 다를 수도 있다. 지도교수는 한 분이시지만, 그렇게 학문적인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분은 많이 계실 수 있다. 모두 내 학문의 스승들이시다. 내가 그분들의 제자였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들의 스승이 된다. 나 역시 그런 멋진 학생들을 계속 찾아왔고 만나서 즐겁게 연구해 오고 있다. 공자도 얘기했다. 천하의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큰 기쁨 가운데 하나라고. 내겐 그런 스승이 있고 그런 학생이 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커다란 행복의 한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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