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무슨 일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른은 아니다. 진정한 어른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린이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부모의 돌봄을 받는다. 그러나 어린이가 자라 스스로 돌볼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굳이 부모님의 돌봄은 필요하지 않다.
만약 나이가 먹어 어른이라 불릴 수 있는 나이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은 어린이보다도 못한 상황에 처한다. 어린이는 부모가 돌봐주기라도 하여 실수를 덜하게 될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 부모의 돌봄에서 벗어나 제멋대로만 하려든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스스로 그러기가 힘들어 부모가 도와준다. 어른은 스스로 그럴 수가 있어 어른이다. 따지고 보면, 어린이의 부모가 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의 부모가 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부모는 어린이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없지만 나는 나 자신의 사정에 대해 생생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의 부모가 된다고 하는 것은, 드디어 내가 한 사람의 자율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타율이 아닌 자율에 의해 한 사람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바람직하고 멋진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