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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Feb 28. 2024

과열 경쟁 사회, 그 출구는?

대학과 방임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일단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그걸로 방임에 들어간다. 즉, 대학 때부터는 알아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피동적인 삶을 살아온 그들이 당장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인생의 진짜 고민은 그때서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대학은 이미 그런 고민을 할 장소를 포기한지 오래다.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를 표방한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만인의 전쟁


고등학교 때까지는 입시 전쟁에, 대학교 때부터는 취업 전쟁에 돌입한다. 그러는 도중에 가끔씩 번아웃이 와서 잠시 기절했다가 다시 전선에 뛰어들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벌인다. 모두 다 모두 다와 싸우는 전쟁. 아군도 적군도 따로 없다. 모두가 무찔러야 할 대상이다. 다만, 동맹을 맺는다면 그건 한 때의 전략적 동맹일 뿐이다. 대학에서는 학점 전쟁(상대 평가), 취업에서는 스펙 경쟁, 취업 후에는 승진 경쟁. 


과열 경쟁


이러한 경쟁은 과열되어 점점 더 치열해졌다. 경쟁의 강도가 낮다면, 쉴 땐 쉬고 싸울 땐 싸우면 되는데, 이제는 모든 경쟁에서 쉬지 않고 싸운다. 그래서 일단 이겨 놓고 보는 전쟁을 하려 든다. 당장, 입시 경쟁에서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의대 입시의 기반을 다지며 경쟁력을 기른다. 


경쟁의 구도


과열 경쟁. 우리가 왜 이렇게 과열 경쟁을 벌이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건, 똑같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우리 모두 다 그 길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의료계를 정점으로 모든 학과와 회사와 진로가 서열화되어 있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어떻게든 그 서열에서 상위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입시 경쟁에서도, 학점 경쟁에서도, 취업 경쟁에서도, 승진 경쟁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두가 도달하려고 하는 목표는 한정되어 있고,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똑같은 목표에 재도전을 한다. 더 좋은 곳으로 옮긴 사람이 남긴 자리를 두고 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 


지나치게 단순한 서열의 사다리


어차피 서열화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서열화의 구조가 너무나 단순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즉, 서열화 구조의 정점이 몇 개 안 되는 것이다. 법조계와 의료계. 그 둘이 최고의 정점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도달하길 원하는 매우 단순한 구조다. 그러니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을 이 서열의 사다리에 올려놓고 어렵지 않게 줄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비극이 있는 것이다. 


만약에...


만약 서열화의 구조가 복잡하다면, 즉, 각기 다른 정점을 가진 무수한 서열의 사다리가 있다면 각각의 사다리에는 경쟁자의 수도 적을 것이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같은 정점을 향하는 사람들끼리 동맹을 맺으며 서로 돕는 게 전략적으로 최고의 방책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정점의 다변화


결국, 답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각자 개인의 적성과 능력, 취향에 따른, 각기 다른 목표를 정하여 그것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다른 정점을 향한 사다리에 오르게 되고, 다른 사다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처지에 놓인 방관자 혹은 구경꾼이 된다. 내 밥그릇하고 상관없는 사람들이니 마음 편하게 서로서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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