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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Feb 13. 2024

신입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입생 여러분, 우리 학과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에게 학과 교수로서 인사말을 하는 이 자리에서, 간단히 작품 두 가지를 추천하고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는 소설 《데미안》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입니다. 


물론 신입생들 중에서는 이 둘을 이미 본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본다면 다시 보는 보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죠. 


“사람은 책을 읽고, 책은 사람을 읽는다.” 


교보문고 표어 같다고요? 아닙니다. 그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죠. “사람은 책을 읽고, 책은 사람을 읽는다.”에서 ‘책이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독서를 할 때 우리는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설 《데미안》의 서문에서 작가 헤르만 헤세는 ‘인생이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라고 했죠. 이 책을 처음 읽던 고3 겨울방학 때, 나는 이 대목에서 좀 실망을 했었습니다. 고작 인생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너무나 소박한 이야기로 들린 거죠. 그러나 지금 생각은 다릅니다. 인생에서 나를 제대로 안다는 건 더 없이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정말 원하는지 안다면, 내게 맞는 진로를 찾아 곧장 달려갈 수 있고, 내게 맞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아는 것만큼 대단한 지식과 지혜가 있을까요? 내가 나를 알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남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무엇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평생 추구해야 할 일이라는 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의 서문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은 《데미안》을 읽으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중심인물이 바로 인간 내면의 두 가지 속성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앞으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분 내면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끊임없이 서로 사랑하고 대립할 것입니다. 


매년 겨울방학 때마다 읽어 보세요, 동일한 책이지만 아마 다르게 읽힐 겁니다. 그게 바로 아까 말한 “사람은 책을 읽고, 책은 사람을 읽는다.”라는 것입니다. 책은 그대로인데, 해마다 책이 다르게 읽힌다면 그건, 책이 달라진 게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이 달라진 거죠. 그러한 책 읽기를 통해 우리 내면의 변화나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것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입니다. 여러분은 사범대학 학생입니다. 교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에 오신 거죠. 이 영화는 교육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각기 원하는 대로 걸어가고 그 결과 엄청난 파국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매우 실험적인 영화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삶은 여러분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립학교 학생들도 여러분 못지않게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가다 폭발합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통해서, 교육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뒤틀린 교육 현실과 그 해법은 과연 무언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매년 보기를 권합니다. 《데미안》과 마찬가지 이유에서죠. 


한 권의 소설과 한 편의 영화, 이렇게 두 가지를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건, 신입생 여러분에게 두 가지 화두를 던지고자 함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여러분은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여러분이 교사가 된다면 더욱 직접적으로 부딪힐 거고, 교사 이외의 다른 길을 택한다 해도, 이 두 가지 문제는 끈질기게 여러분의 삶에 따라붙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부터 이 문제와 씨름을 해야 합니다.


입학식을 앞둔 여러분에게, 인생과 학문의 선배로서 이렇게 두 가지 화두를 던집니다. 

치열하게,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지을 때도 있겠죠. 

그런 여러분 옆에 내가 있겠습니다. 우리 동료 교수님들이 함께 하실 겁니다. 

큰 배움터, 대학에 오신 여러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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