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쓰기의 보편성

수필

by 실마리


타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어떻게 저렇게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놀라게 되는 때가 있다. 타인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완전히 공명하는 순간이다.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온 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칸트는 경험론과 합리론을 통합하는 그의 비판철학에서 인간이라면 동일한 인식의 틀을 공유한다고 보았다. 질료는 달라도 형식은 동일할 수 있듯이, 개인에 따라 수많은 서사가 파생될 수 있어도 그 기저에 흐르는 감정이나 사고의 법칙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다양하고 낯선 이야기 속에서도, 기어이 내 것만 같은 공감의 지점을 반드시 찾아내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글을 쓸 때는 힘을 뺄 필요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지극히 개인적인 어투로 툭툭 내뱉듯 써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가식 없는 진짜 ‘내 이야기’가 되고, 타인 역시 그것에 흥미를 느끼며 궁극에는 그것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얄팍한 보편성을 기대하며 나 자신에게서 멀어진 채 글을 쓰게 되면, 그 글은 결국 내 것도, 타인의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공허한 것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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