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테두리

수필

by 실마리

우리는 흔히 무한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더 위대한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 착각한다. 마감이 없는 글쓰기나 기한이 없는 연구가 더 완벽한 결실을 맺을 것 같지만, 실제로 경험은 늘 그 반대편을 가리킨다. 시간에 한계가 없어지면 우리의 긴장감은 느슨해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몰입할 동력을 상실하곤 한다. 역설적이게도, 무한한 시간 앞에서는 성취의 크기가 줄어들고 결국 내 능력의 한계마저 초라하게 고착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가진 지평을 넓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분명한 방법은, ‘쓸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즉, 내가 이 작업에 쓸 수 있는 시간의 테두리를 단호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시간의 끝이 정해지는 순간, 우리의 감각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다. 스스로 부여한 마감이라는 단단한 벽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바둥거리며 몸부림치게 된다. 이는 겉보기엔 그저 쫓기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내면적으로는 잠들어 있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치열한 과정이다. 이 몸부림이야말로 흩어진 사유를 하나로 모으는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된다.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발버둥 치는 동안, 시간당 쏟아붓는 노력의 밀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군더더기는 떨어져 나가고 노력의 결과물은 날카로워지고 단단해진다.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빚어진 긴장감이 고도의 집중력을 부르고, 이는 곧 생산성의 제고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은 자신을 옭아매는 구속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잠 자고 있는 더 큰 능력을 해방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도구일 수 있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명확히 알 때, 비로소 우리의 능력은 그 한계를 넘기 위해 기획하고 투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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