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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12. 실패를 거쳐야 이길 수 있다

《삼국연의》의 실패자, 유비와 조조

새로운 창조와 시작은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모든 변방이 새로운 시작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변방에서 비롯된 많은 시도들이 좌절을 겪으면서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보면, 성공한다는 것은 수많은 좌절들을 이겨내는 과정, 즉 실패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수많은 실패들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변방에서 중심부로의 여정인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위인들, 영웅들은 수많은 실패들을 이겨내고 역사의 무대에 섰습니다. 


삼국지의 두 명의 주인공, 유비와 조조, 그들은 숙명의 라이벌입니다. 그들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입니다. 유비가 형주에서 조조의 대군을 맞이한 후, 후퇴할 때입니다. 형주 백성들이 조조의 악명을 듣고 같이 피난 가려 합니다. 이때 유비의 참모들은 백성들의  피난 행렬을 달고 가면 반드시 잡히기 때문에 두고 가야 한다고 진언합니다. 이때 유비가 "나는 조조와 정 반대로 행동한다." 하며 그 피난민을 모두 데리고 남으로 이동합니다. 이렇듯 정반대의 인물이지만 공유하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처절한 실패들로 이루어진 젊은 시절입니다. 


유비의 전력을 먼저 살펴보면, 그는 처음에는 공손찬의 편에 서서 원소와 싸우는 장수였습니다. 그 후에는 도겸에게 빌붙어서 연명했습니다. 그 이후 자리를 잡았으나, 서주에서 원술에게 패배했습니다. 원술에게 패배하는 동안 패잔병으로 거둬들인 여포에게 가진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래서 조조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을 알아보는 조조의 눈을 피해 형주로 도망치게 됩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기 전의 인생은 실패와 도주, 또다시 실패와 도주를 거듭하는 인생이었습니다. 


조조는 모든 가산을 털어서 모집한 의병이 첫 동탁과의 싸움에서 완패했습니다. 다시 어렵게 시작해서 연주를 얻었으나, 장막에게 속아서 연주 전체의 성 3개만 남겨두고 다 빼앗겼습니다. 연주를 거의 회복하고 나서 장수와 유표를 치러 내려갑니다. 그러나 장수의 모사인  가후의 책략으로 대패합니다. 이후 원소의 대군을 물리친 관도대전 이전까지는 실패로 점철되는 조조입니다.  


유비와 조조는 가진 것을 모두 잃은 적인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애써 모으고, 쌓아올린 것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데, 제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한두 번의 실패로도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비와 조조는 달랐습니다. 평정심을 가지고, 다시 추슬렀습니다. 난세라는 것이 한판으로 판세가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변수가 작용해서 언제라도 판이 뒤집힙니다. 그때 유비와 조조는 자신이 쌓아올린 것은 잃었지만,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실패를 반복적으로 당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면, 본인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비와 조조가 그러합니다. 몇 번의 실패  속에서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고, 이기고 지는 것의 원리를 알게 되고, 사람을 거두고 내치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버틴  유비와 조조는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자웅을 펼칩니다. 


실패라는 것은 다른 말로 시행착오입니다. 내가 무엇을 행하면서 겪는 착오, 그렇게 직접 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체득한다고  합니다. 몸이 얻는 것입니다. 영웅들의 리더십은 말이나 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은 몸으로 익혔는데, 그것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부단히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실패 속으로 들어가서  실패로 인생을 채워야 합니다. 그런 실패들이 나를 채울 것이고, 전혀 다른 나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실패를 통해서 성공하는 삶은 그 자체로 감동스토리가 됩니다. 즉 민심이 따릅니다. 왜냐면, 역경을 이겨내는 삶은 모든 민중들의  염원이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 인생역전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도 그러합니다.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의 기승전결은 주인공이  실패와 역경을 이겨내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감동을 줄 수 있는 삶을 산다면, 그 자체로 민심을 얻고,  천하를 얻을 것입니다. 


삶이라는 것은 규격화, 표준화될 수 없습니다.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 가지의 삶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마주하게 되는 삶의 과제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만나게 되는 실패도 다르고,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도 다릅니다. 즉, 자기만의 실패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완성해 갈 것입니다. 



《정사삼국지》《삼국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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