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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13. 2019

13. 인재를 얻어 천하를 호령하다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시대를 흔들었던 영웅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그 자질과 바탕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주변에 인재를 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유비와 조조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영웅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서 웬만한 실패에도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시 재기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유비에게는 관우와 장비가 있었고, 형주에서 다 잃고 쫓겨가서는 제갈량을 만난 후, 천하를 삼분하는 군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조조는 순욱, 가후, 곽가, 정욱, 순유 등  여러 참모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천자를 호위하면서 천하를 호령했고, 가진 것을 다 잃고도 관도대전에서 원소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진나라가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 제국 시대를 열어낸 것도 인재영입이 한몫을 합니다. 진나라의 법질서의 기초를 세운 상앙,  진나라 연합전선인 종횡 책을 깨는 연횡책을 구사한 장의, 원교근공 정책으로 통일의 기초를 닦은 범수, 봉분제를 혁파하고,  군현제를 세웠던 여불위, 법가사상을 정립하여 새 시대 정치제도를 수립한 이사, 이들은 모두 진나라 출신이 아닙니다. 진나라의 기득권 세력인 진나라 귀족들은 불만이었겠지만, 진나라 왕들은 타지에서 인재를 영입하여 나라를 운영했습니다.


주나라가 철기시대의  도입으로 혼란이 와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면, 진나라를 철기시대에 맞는 사상, 정치, 경제 제도를 정착하였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입니다. 반대로 전국 7중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은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 망한 것입니다.


진나라가 위세를 떨치기 전인 춘추시대, 그 시대 천자를 능가하면서 천하를 호령했던 패자들이 있습니다. 춘추 오패라고 불리는 그들은 제나라  환공, 오왕 합려, 진나라 문공, 초나라 장왕, 월왕 부차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패자가 되기까지는 그들을 보좌했던 훌륭한 신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환공에게는 관중이 있었습니다. 관중은 사실 제환공과 왕위 계승권을 놓고 다투던 다른 태자를 보좌하던 신하입니다. 제환공은 관중에게 화살도 맞았습니다. 그러나 제환공은 즉위 후 관중을 받아들여 그를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오왕  합려에게는 오자서와 손무, 백비가 있었습니다. 월왕 부차에게는 범려, 중이 같은 신하가 있었습니다. 진문공에게는 19년 동안의  피난 생활을 동고동락해온 개자추를 비롯한 참모들이 있었고, 초장왕에게는 오거와 소종 같은 유능한 신하들이 함께 했습니다.


춘추 오패 곁에는 능력 있는 참모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이 뉘우치는 바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뉘우치고 잘못을 고쳤습니다. 부끄러워도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유능한 참모들의 지혜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요. 이 방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그 후에 나옵니다. 진나라가 백성들의 봉기로 망하고, 천하가 다시 혼란스러워졌을  때, 항우와 겨루면서 천하를 통일한 유방이 그러합니다.


유방은 시골 촌놈으로 놀기 좋아하는 말단 관리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경쟁자 항우는 초나라 귀족 출신에 품행이 어질고, 무예에 능했으며, 사람들은 인솔하는 리더십도 갖추었습니다. 그런 항우가 어떻게 시골 건달 출신인 유방에게 패배했을까요. 그것은 유방의  인재들입니다. 유방에게는 전투에 천하무적인 한신, 전략을 수립하고, 계책을 내는 장량, 보급을 책임으로 후방을 다스렸던 소하, 등  유능한 참모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유방은 항우와의 싸움을 끝내고 한나라를 건국하면서 신하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합니다.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 리 밖에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나는 자방(子房,  장량)만 못하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다독거리고, 먹을 것을 공급하되 식량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몰아 싸웠다 하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것이라면 내가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인걸들이다. 내가 이들을 기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항우에게는 범증 한 사람뿐이었는데 그마저 기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내게 붙잡힌 까닭이다.” 《사기》<고조본기>


이렇듯이 시대를 움직였던 영웅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들 곁에 유능한 인재들이 언제나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영웅의 자질이라는 것이  사람을 품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개인주의가 심해서 집단을 이루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내 주변의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는 행위가 어색합니다. 카페에 가도 혼자 가는 것이 편하고, 밥도 술도 혼자 먹는 것이 더 편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혼자일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어떤 일을 도모하려 한다면 주변에 인재들을 끌어들여 함께 해야  합니다.


MIT  미디어랩 펜틀런드 교수에 따르면, 보통 성과자를 뛰어넘는 스타 성과자들은 그들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네트워크 속에  사람들과 지속적인 끈끈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신속하게 반응하며 필요하면 도움을 주는 것도 꺼리지 않습니다. 둘째는 그런 네트워크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며, 그 분야도 상이한 다채로운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 곁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지가 내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총량을 결정합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성과를 내려 한다면, 먼저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맹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地利人和)”라고 말했습니다.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三(삼) 리 둘레의 城(성)과 七(칠)  리 둘레의 바깥 성을 포위하여 공격을 해도 잘 이기지 못한다. 포위하여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천시를 택해서 하게 된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천시가 지리만 못하다는 증거이다. 성이 높지 않은 것도 아니고, 못이 깊지 않은 것도 아니며, 군장비가  튼튼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곡식이 많지 않은 것도 아닌데, 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일이 있다. 이것은 지리가 인화만 못한  증거다.” 《맹자》<공손추下>


즉,  하늘이 주는 운은 지리상의 이점보다 못합니다. 지리상의 이점은 사라들이 그간 노력해서 쌓아 올린 것입니다. 그러나 지리상의 이점이 사람들 사이의 단결, 마음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로 가는 것입니다.  



《사기》《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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