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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Jan 21. 2019

동양사상, 다스릴 치(治)를 논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위한 각자의 방법

동양고전들은 치세(治世)의 학문입니다. 어떻게 나라를 잘 다스릴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합니다. 대표적인 동양고전 <논어>와  <사기>가 있습니다. <논어>는 공자의 사상이 담겨있어서 철학서로 읽힙니다. <사기>는 사마천의 불후의 명작으로 역사 책으로 읽힙니다. 많은 고전들이 <논어>와 <사기>를 인용합니다. 철학과 역사의 두 기둥인  <논어>와 <사기>는 치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논어>는 인(仁)을 핵심 개념으로 세상사를 파악하고, 군자가 될 것을 요구합니다. <사기>는 위인과 패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치세(治世)의 교훈이 되도록 합니다.

철학과 역사에 대해 따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 자체는 사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분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대의 철학은 자연현상에서 밝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즉 관념의 존재를 설정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유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같은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역사 또한 맥락 없이 보게 되면, 지금 현실과 너무 달라 흥미를 잃게 됩니다. 역사책 중에 재미있는 책들은 <삼국지연의>나 <로마사이야기>와 같은 경우처럼 스토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역사 책들이 그런 스토리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토리 없이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고, 그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부여해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따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념적인 철학, 스토리 없는 역사는 그래서 따분합니다.

그러나 오래전 철학자와 역사가들은 자신의 글로, 후대의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오래전 사유를 공부함에 따라, 우리는 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사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양의 철학은 관념적이지 않습니다. 관념적인 대상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공자의 경우 귀신에 대한 문제와 죽음 이후에 대해서,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관념적인 존재들은 아예 다루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우리 삶에 대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나를 다스리고, 가족을 안정시켜, 결국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것이 동양철학의 목표입니다. 정확히 공자를 비롯한 유가의 목표입니다. 그러나 공자 이후 백가쟁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자를 비판하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자신들만의 방법에 대해서 철학으로 정립했습니다.

먼저 공자는 <논어>에서 인(仁)의 회복을 주장했습니다. 철기 사회로 진입하여, 주나라의 종법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상인계급이 부상했습니다. 왕의 신하인 제후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왕 노릇을 하는 등, 이 전 시대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먼저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분명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군자의 소인의 역할을 규정하고, 군자로 나아가기 위한 인(仁)의 실천을 호소했습니다. 이전 질서의 붕괴에 대해서 질서 회복을 주장한 것입니다.

여기에 노자는 공자가 인(仁)의 가치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경계했습니다. 공자의 인(仁)은 의(義)로 확장됩니다. 인(仁)이 둘 사이의 구체적 관계라고 한다면, 의를 구체적 상대가 없지만, 마땅히 그리해야 하는 것들을 말합니다. 즉, 인(仁)의 사회화된 개념이 의(義)입니다. 인(仁)과 의(義)를 갖추는 것이 군자라고 하고, 인(仁)과 의(義)를 갖추기 위해서 예(禮)와 지(智)를 갖춰야 합니다. 예(禮)와 지(智)가 다시 인(仁)을 강화합니다. 노자는 공자가 내세운 인(仁)의 가치가 인(仁)이  아닌 것들을 나누게 되며, 그 나뉨은 갈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갈등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수반하게 되며, 그것은 인위적인 구분으로 폭력이 양상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내려놓는 것, 무위(無爲)의 가치로 철학을 정립했습니다. 자연의 존재 형식을 따라, 인위적인 것들이 없어도 사회는 돌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유가는 순자와 맹자로 나뉘어서 계승되었습니다. 순자는 맹자와 달리 예(禮)를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예(禮)라는 교육을 통해서 인(仁)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맹자는 사람의 양심에 근거해서, 스스로 헤아리면 인(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순자는 사람을 믿기보다 교육을 우선했습니다. 스스로 인(仁)을 찾는 것보다, 교육을 통해서 인(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순자는 유가에서 치세(治世)의 성격을 더욱 강화했고, 맹자는 수신(修身)의 성격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순자는 어떻게 체계적으로 인(仁)에 도달할 것인지 논했다면, 맹자는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고 헤아려서 인(仁)에 다다를 것인가를 논했습니다.

법가를 제정한 한비는 유가에서 나왔습니다. 순자에게서 수학한 한비는 '예(禮)를 통한 교육'을 더 파고들어 법(法), 술(術), 세(勢)를 통한 통치를 사상으로  정립했습니다. 이것이 법가입니다. 흔히 법가를 가혹한 형벌을 통한 사회 시스템의 유지 및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가혹한 정치사상가의 이미지를 가집니다. 법가로 무장한 진나라가 15년 만에 망했으니, 그 가혹함에 대한 책임이 법가에게 돌려진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나라가 망한 후 세워진 유방의 한나라도 사실은 진나라의 제도를 거의 따랐으니, 진나라가 망한 이유가 법가의 가혹함에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법가의 한비가 가혹한 법(法), 술(術), 세(勢)를 통해서 다스리려고 했던 구체적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관료들입니다. 한비는 "관리가  난을 일으켰을 때 본분을 지키는 백성이 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백성이 난을 일으켰을 때 직분을 다하는 관리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외저설우 하> 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러므로 총명한 군주는 관리를 다스리지, 민중을 다스리지 않는다." <외저설우 하>라고  밝힙니다. 한비는 군주가 백성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관리들을 적절히 다스릴 수 있으면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라가 안정적일 때 백성들은 배신하지 않지만, 관리들은 부정 축적을 위해 배신하기도 합니다. 나라가 불안정할 때 백성들이 배신할 수 있지만, 관리들은 이미 몸을 사려 피신합니다. 즉,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군주는 백성들이 생활이 안정적이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후에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관리들을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서 한비는 "민중을 이롭게 하는 일은 반드시 군주에게서 나와야 한다." <팔간>라는  말했습니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정책들은 백성들의 생산을 안정시킵니다. 그렇게 생산이 안정되면, 세수가 안정됩니다. 세수가 안정되면 나라가 부강해집니다. 즉, 군주는 나라 가를 평안하게 하기 위해서 백성들을 이롭게 합니다. 그러나 관리들에 대해서는 법(法), 술(術), 세(勢)를 통해서 다스립니다. 사익을 위해 배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가의 사상은 관리들을 다스리는 방법의 총괄인 것입니다.

대표적인 동양의 정치사상인 공자와 맹자, 순자의 유가, 그리고 노자의 도가, 마지막으로 한비의 법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의 학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격동의 시기인 춘추시대에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치세(治世)를 다루는 학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오해하듯이 관념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혀오고 있습니다. 2500년 전 고전 속에서 지금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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