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 사고체계는 반 쪽짜리이다.
북핵무력을 민족역량으로 상상할 수 있나
앞에 연이어 쓴 글들은 사실 이석기 의원님의 5.12 강연록에 기초해서 작성한 글이다. 7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의원님은 반 쪽짜리 남한만의 시야가 아닌 한반도의 시야로, 주체적 관점으로 정세를 분석하셨다. 북핵무력 완성 이후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가 도래할 것이며, 새판 짜기는 판갈이 싸움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이석기 의원님은 북핵무력 완성을 민족역량의 관점에서 평가하셨고, 지금의 격변기를 우리 민족의 이익을 추구하며 새 질서, 새 판 짜기에 능동적인 자세로 임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너무 정당하고, 탁월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5.12 강연은 내란음모로 둔갑하여 2013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결국 재판 과정에 내란음모는 무죄가 되었으나, 내란선동이라는 죄목으로 7년째 감옥에 수감 중이다. (음모가 없는데, 어떻게 선동이 가능한가? 사법 농단 거래 문건에서 드러났듯이 이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이었다.)
내란 없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
이런 정세분석이 7년 넘게 감옥에 있어야 할 정도의 내란으로 규정된다면, 한국사회는 내란 없이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수구 기득권 세력은 국가보안법과 반북 이데올로기로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다. 지긋지긋한 색깔론과 북풍은 선거 철만 되면 등장했던 단골 메뉴다. 반쪽 짜리 시야로, 친미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시야로 지금의 격변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동북아의 열강들은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치열한 외교전,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근본 이익을 검토하는데서 한반도적 시야, 민족적 시야를 제거한 채 반 쪽짜리 사고로 상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이런 멍청한 짓이 어디에 있는가.
진짜 필요한 게 내란일지도 모른다. 한국사회를 반 쪽짜리 시야로 가두는 국가보안법과 색깔론을 극복하는 것 자체가 혁명인 것이다. 온전한 상상력을 가지고 한반도의 미래를 그리는 그 자체가 새 시대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