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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진 Feb 20. 2020

어떤 자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기본소득을 넘엇, 기본자산으로

1.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의 차이

양극화의 주원인이 소득불평등에서 자산불평등으로 바뀌고 있다. 

화패팽창이 심화되면서 자산가치 상승율이 소득증가율을 한참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소득불평등보다 자산불평등이 훨씬 심각해져서, 자산재분배 등의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소득불평등으로 접근하면 보통 계층 구분으로 인식되지만, 자산불평등을 주목해보면 부의 대물림이라는 계급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즉, 자산불평등 이슈가 커지는 것을 보면, 막스베버 이래로 사회를 계층으로 구분하는 주류 사회학 인식에서 벗어나, 다시 계급론이 등장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논쟁

①  기본소득 : 매월 일정 금액의 최소소득을 지급하는 것

②  기본자산 : 목돈을 20대 청년 시기에 한 번에 지급하는 것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10년 전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복소득과 기본자산이 쟁점으로 맞붙었다. 미국에서는 부르스 액커만이 8만달러를 지급하는 기본자산제를 주장했고, 유럽에서는 빠레이스가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그러나 액커만의 기본자산은 대학 등록금 수준으로, 대중들에게 무상교육 정도로 인식되었다. 8만달러를 지급해도 등록금으로 다 소비하면, 그 이후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결국 “푼돈을 줄 것이냐 목독을 줄 것이냐”로 논쟁이 귀결되었다. 즉 지속가능한 소득이 담보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본자산은 기본소득에 판정패 당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2016년부터 기본소득 바람이 불었고, 이는 실리콘벨리가 주도했다. 현재 기본소득 이슈는 한국에서도 유행해 기본소득당이 만들어졌고, 아류인 청년 배당도 지자체 정책들로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솔깃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기본소득은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에 답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두에게 매달 주는 푼돈은 생활적 소비로 휘발된다. 즉, 생산성에 직접적인 기여가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에 대한 기여’란 재분배된 자산이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자산이든 소득이든 재분배하는 것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넘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본자산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작년,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피케티의 신간을 통해 기본자산제가 다시 등장했다. 피케티는 소득세, 재산세 등 세제를 통해 개인의 재산 축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대 90%의 부유세 및 상속세율을 통해 세수를 걷어 들이고, 25세 청년에게 12만 유로(약 1억6천만원)의 재정적 지원을 하자고 제안했다. 피케티가 주장하는 기본자산제는 액커만의 주장보다는 재원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했으나, 생산성에 대한 문제는 역시나 뚜렷하게 답을 하지 못 했다.


3. 자산은 무엇인가?

①  금융자산

②  부동산자산

③  생산적 자산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자산으로 접근하면 자산의 종류부터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목돈을 주면 자산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통용되는 언어로는 목돈도 자산에 포함되긴 하지만, 흔히 언론에서 다루는 자산불평등에서 자산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비율이 3:7 정도로 지분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부동산이 자산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1) 부동산자산에 대한 재분배 

부동산자산에 대한 재분배의 핵심은 불로소득 환수이다.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까닭은 가격상승의 기대요인이 전부이다. 이러한 가격상승으로 소득을 얻는 것을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조세-재정정책을 통해서 환수하고 이를 자원 삼아 자산재분배를 하자는 것이다.


2)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가장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가?

작년 12월 경실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5대 재벌(삼성, 롯데, LG, 현대차, SK) 보유 토지자산 분석결과,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은 지난 23년간 장부가 기준 12조 3천억원에서 73조 2천억원으로, 61조원(약 6배)이 증가하였다. 증가 배수는, 롯데가 13.3배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11.3배, SK 5.7배. 삼성 3.8배, LG 1.9배 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으로 5,994억이 증가했고, 다음 롯데가 4,361억원, LG 2,727억, 현대차 1,056억원, SK그룹 845억원 순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부동산 투기와 몸집 불리기 등에 대해 소홀하거나 관대했던 정책들로 인해 재벌은 눈치 보지 않고 부동산 투기와 토지자산을 증식해왔다. 그럼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보니, 재벌의 땅 사재기는 계속되었고, 결국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들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3) 징벌적 과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다. 

징벌적 과세가 도입되면 지금과 같은 불로소득은 얻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투기용 부동산이 처분될 것이고,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 결국 (1) 부동산자산에서 불로소득이 없게 되거나, (2) 부동산 가격이 인하되거나, 두 경우 모두 부동산 자산가들의 자산가치 하락을 유도한다. 즉, 세수를 걷어서 재분배를 하든, 부동산 자산가치를 하락시켜서 하향 평준화를 하든 자산재분배의 성격을 가진다. 이 외에도 다주택자들에 대한 제재, 금융자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등도 같은 방법으로 자산재분배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환수한 자산을 어떤 형태의 자산으로 재분배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냥 목돈으로 재분배하게 되면 엑커만의 실패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5대 재벌의 불로소득 61조를 환수하여 청년주택 100만호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자산재분배가 가능할 수 있다. 


4. 나가며 - 생산성 자산에 대한 질문

한편, 이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자산재분배 역시 한계가 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평준화 되고 다주택 부동산 자산가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는 일회성에 그친다. 그래서 점차 환수하는 자산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그 확장의 대상이 바로 생산적 자산이다. 생산적 자산은 기업 재산, 즉 맑스가 말한 생산수단을 의미하며, 생산적 자산의 분배란 통제력과 접근권의 분배를 말한다. 부동산의 자산재분배가 이뤄지더라도, 자본주의 질서에서 어딘가 취업을 하고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고,  결국 생산적자산이 재분배되지 않으면 불평등과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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